"러시아 대통령과 억만장자가 합작해 세운 경영대학원입니다. "

러시아 최대 투자은행 트로이카 디알로그 최고경영자(CEO)이자 스콜코보 모스크바 경영대학원(MBA) 총장인 루벤 바르다니안(41)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국제 수준의 첫 경영대학원을 세운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자문위원이기도 하다.

2006년 단기 교육과정으로 출발한 스콜코보 모스크바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9월 학위 과정을 시작했다. 모스크바 근교에 짓고 있는 5성급 호텔을 갖춘 캠퍼스는 올 여름 완공된다. 현재는 모스크바 시내 켐핀스키 호텔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바르다니안 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 시절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일사천리로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부총리 시절 맡은 스콜코보 모스크바 경영대학원의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직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기초과학에 강한 유명한 전통적인 대학들이 있지만 경영대학원은 없었다"며 "러시아에 진정 필요한 교육모델"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바르다니안 총장은 전했다.

"이머징마켓에 특화한 기업가 양성이 목적입니다. " 바르다니안 총장은 대졸자의 90%가 정부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스콜코보 모스크바 대학원 졸업생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벤처기금 1억달러도 이미 조성돼 있다.

그의 아이디어에 러시아 억만장자들도 동참했다. 설립 자금 5억달러는 국내외 9개 기업과 9명의 러시아 기업인 및 금융가가 댔다. 100% 민간 자본이다. 22세에 만든 금융회사를 러시아 최대 투자은행으로 키운 바르다니안 총장 본인을 비롯해 첼시 구단주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러시아 최대 철강업체인 에브라즈그룹의 알렉산더 아브라모프 회장 등이 참여했다.

바르다니안 총장은 철저한 현장 중시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총 16개월의 MBA 과정 중 첫 3개월간만 강의실에서 진행한다. 나머지 기간은 중국의 레노버와 상하이광뎬,인도의 타타 등 이머징마켓의 기업과 정부 부처 등을 돌며 현장 경험으로 채워진다.

미국 하버드 MBA 출신인 바르다니안 총장은 "이머징마켓은 선진 경제에 비해 관료제가 심하고 인맥 등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며 "이머징마켓을 배우기 위해 미국이나 영국에 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