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최대 아이콘인 김연아 붐을 활용한 '연아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움직이는 광고판'인 김연아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도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특히 스포츠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관심이 높은 주제인 데다,인위적으로 연기하는 연예인과 달리 스포츠 스타는 연습 장면만으로도 진실성이 돋보여 효과가 높다는 분석이다.

◆쏟아지는 '연아 마케팅'

김연아를 모델로 출시한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로만손의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김연아가 쇼트 · 프리 경기와 갈라쇼에서 입는 의상에 맞춰 귀고리 3종을 특별 제작해 현지로 공수했다. 김연아가 24일 쇼트프로그램에 이 귀고리를 착용하고 나와 벌써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빙그레는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다음 날 캐나다 현지에서 '바나나맛우유' 1박스(24개) 구입 시 6팩을 얹어 줘 현지 판매량이 하루 2000개에서 1만개로 뛰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데다 김연아가 이 우유를 좋아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대회기간 중 총 10만개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GS샵(GS홈쇼핑 · GS온라인몰)은 한국이 종합 7위 이상 오르면 1억원 상당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GS샵 측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매출이 올라 경품으로 나갈 금액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여성복'쿠아'는 2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응원전을 벌일 예정이다.

◆'희망 메시지' 담은 스포츠 스타

국내의 스포츠 스타 마케팅은 1998년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연못가에 떨어진 공을 쳐내기 위해 '맨발 투혼'으로 역전 우승한 장면은 정부수립 50주년 광고에 등장했다.

스포츠 선수들이 광고 모델로 각광받는 것은 연예인이 갖지 못한 전문성과 순수성을 갖춰 소비자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주기 때문.특히 정치 · 사회적으로 침체된 시기에 △스포츠 스타의 목표의식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 △성장 과정을 담은 스토리는 소비자에게 대리만족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며,이는 기업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한다. 박찬혁 제일기획 차장은 "김연아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와 끼를 지녀 연예인 모델 이상의 광고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 마케팅도 지나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스포츠 스타 마케팅은 높은 효과를 내지만 과도하면 선수에게 개인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고,모델이 식상해져 광고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