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 시장이 1년 새 두 배로 성장했다.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던 고액자산가들이 랩어카운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지부진한 장세에서도 주식형펀드에 비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랩어카운트의 장점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그 사람의 투자 성향에 맞춰 적절하게 운용해 주는 방식의 금융상품이다. 증권사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조9700억원(잠정치)으로 2008년 말 11조8446억원에 비해 약 두 배로 커졌다. 고객 수도 46만8000여명에서 48만3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성장세는 주식형펀드의 위축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7조7280억원이 빠져나갔다.

최호영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주식형펀드는 지수 등락을 예측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충격이 오면 수년간 쌓은 수익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지만,랩어카운트는 필요하면 주식 보유 비중을 제로(0)로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스권 장세에서도 랩어카운트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박스권 상단에서 팔고 하단에서 사는 전략을 구사해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경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장은 "주식형펀드가 대개 100개 안팎의 종목을 편입하는데 비해 랩어카운트는 10~2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장점에 고액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랩어카운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대형주가 지속적인 랠리를 보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중 · 소형주 랩'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출시한 코스닥랩과 중 · 소형 가치주랩에 한달여 만에 500억원이 몰린 것이다. 이 증권사는 IT(정보기술) 바이오 조선 건설 등 업종별 투자에 주력하는 랩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수 업종 국가 등 여러 ETF(상장지수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ETF랩'을 준비 중이다.

랩어카운트는 한 계좌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아직까지는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주식랩'이 가장 흔한 형태다. 증권사들은 중장기적으론 여러 자산에 투자해 고객의 돈을 불린다는 랩어카운트 본연의 특징을 살린 '자산관리형 랩'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판단,이를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