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40세 피부과 의사다. 1~2년 안에 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이었는데 2년 전 1억원을 투자한 거치식 해외 펀드가 30% 손실을 내고 있어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을 개업하면서 받은 대출도 일부 남아 있는데 투자와 대출 상환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A 배영희씨(가명)는 원래 은행 예금 위주로 안정되게 자산을 운용해 왔다. 예금 금리보다 2~3배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상품 내용도 잘 모른 채 해외 펀드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본인의 성향에 맞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상품 위주로 투자를 하되 물가상승률은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외펀드 환매해 변액연금 가입

상담 전 배씨의 금융 자산은 수익률이 낮은 원금보장형 상품과 고수익 · 고위험 해외 펀드로 양분돼 있었다. 손실을 입은 해외 펀드를 제외하면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 대부분이었고 이자가 거의 안 붙는 보통예금 계좌에 묵혀두고 있는 돈도 많았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가 호기심 반으로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이 발생,재무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향의 투자자들은 변액연금이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 펀드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5~10년 후 필요한 자금은 만기가 길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준비하고 3년 이내에 써야 하는 돈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만기가 짧고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으로 마련하면 더 효과적이다.

배씨의 경우 해외 펀드 7000만원 중 절반인 3500만원을 환매하고 은행 정기예금 9000만원을 인출해 변액연금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변액연금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지만 연금 개시 시점에서는 원금이 보장된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수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액연금의 매력이다.

배씨는 지금까지 노후 대비를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퇴 후 생활을 위해서도 변액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펀드를 환매한 돈과 정기예금에서 빼낸 돈을 선납한 후 매달 추가 납입을 하면 노후 생활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해외 펀드 중 나머지 3500만원은 앞으로 수익률 변동 상황을 봐 가면서 단계적으로 환매하도록 한다.

◆원금보장형 ELS,비과세예금 활용

배씨는 보통예금 계좌에 3900만원,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8200만원을 넣어두고 있었다. 아무리 안정적인 성향이라 하더라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보통예금에 수천만원을 넣어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CMA도 마찬가지다. 비상예비자금 차원에서 3~6개월치의 소득을 따로 떼어놓는 것은 좋지만 너무 큰 금액을 준비해 둘 필요는 없다.

보통예금 전액과 CMA 자금 중 3200만원 등 7100만원을 원금보장형 ELS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ELS는 원래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증권사들은 수익률을 낮춘 대신 원금이 보장되는 ELS를 선보이고 있다. 원금보장형 ELS 투자로 최고 연 10~1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에 각각 4500만원씩 들어가 있는 돈은 만기에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활용토록 한다. 1~2년 안에 아파트를 구입할 생각이었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에 투자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필요한 돈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매달 발생하는 소득은 변액연금과 저축은행 적금 등에 불입하고 남는 돈은 CMA로 옮겨 비상예비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저축은행 적금으로 마련한 목돈은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새마을금고나 신협 예탁금에 예치해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대출 상환과 투자 병행

배씨는 병원을 개업할 때 받은 대출 중 1억2000만원을 남겨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가 있는 경우 저축이나 투자보다는 부채 상환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좋다. 예금 이자율보다 대출 이자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빚을 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씨와 같은 사업소득자는 대출이자가 비용으로 처리돼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배씨는 연 5.7%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연간 684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자비용이 전액 비용처리됨으로써 263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대출이자 684만원에 배씨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 38.5%(과표 8800만원 초과)를 곱해서 나온 액수다.

따라서 배씨의 실질적인 연간 이자 부담은 대출 원금의 3.5%인 421만원이다. 즉,투자 수익률이 연 3.5%만 넘으면 대출을 갚는 것보다 투자를 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뜻이다. 정기예금도 금리가 연 4.2%만 되면 세금을 떼고서도 연 3.5%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계획을 세워서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가되 대출 상환과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낫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