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부터 제한속도 60㎞ 이하의 도로에서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다. 서울 올림픽대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만 빼면 서울시내 대부분을 달릴 수 있게 된다. 전기차의 경제성은 탁월하다. 전기차 전문업체인 CT&T가 생산한 대표적인 도심형 전기차 'e존'의 경우 한 달에 1만원가량의 전기료를 내면 약 1500㎞를 달릴수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양천구 목동 오거리까지 9.3㎞를 오후 6시께 퇴근시간대에 맞춰 직접 타고 달려봤다. 교통 혼잡이 없다고 가정(도달 시간 15분)해도 택시값만 약 8000원이 드는 거리다.

2인승답게 차량은 작고 아담하다. 길이는 기아차 '모닝'보다 1m가량 짧다. 폭도 155㎜ 좁다. 전고만 'e존'이 약간 높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경차와 큰 차이가 없지만 길이가 짧다보니 적재함 공간이 넉넉지는 못하다. 장바구니 한 개에 작은 박스 두 개 정도 실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창문과 지붕을 이어주는 기둥이 알루미늄 그대로 노출돼 있어 차가운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좌석마다 열선 시트가 깔려 있어 겨울철에 유용하다.

엔진열을 사용해 온 · 낸방을 하는 일반 엔진차와 달리 전기차는 온 · 냉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뜻한 바람을 내려면 주행에 사용해야 할 전기를 끌어와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CT&T 관계자는 "히터를 계속 틀면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30% 정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회 충전에 120㎞(리튬폴리머 배터리 장착 차량) 정도 가니까 30% 손해본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서울시내는 전기 떨어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시동을 켰다.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소리만으로는 시동이 걸렸는지를 구분할 수 없다. 엔진이 없으니 기어도 따로 없다. 버튼이 하나 있는데 위로 누르면 후진이고,아래로 누르면 전진이다. 중립은 아래,위를 평행 상태로 놓으면 된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너무 쉽게 밟히는데 잠깐 놀랐다. 일반 자동차의 가속페달은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밟느냐에 따라 속도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스프링 같은 기계적인 장치를 달아 탄성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의 가속페달은 센서에 전기적인 신호를 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아무리 꾹 밟아도 시속 60㎞로 제한돼 있어 굳이 탄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초반 가속은 뜻밖에 빠른 편이다. 시속 60㎞까지 제법 빨리 도달한다. 차가 워낙 작아 부담스럽긴 했지만 추월 이후 차선 변경도 가능했다. 다만 서강대교 초입 오르막길에선 엑셀을 끝까지 밟아도 시속 50㎞를 넘지 못했다.

방음장치를 달지 않은 탓에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다소 귀에 거슬렸다. '윙'하는 기계음 탓에 대화를 제대로 나누기가 힘들다. CT&T 측은 판매를 시작하면 방음장치를 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인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에선 '유턴'을 해야 했다. 애초 계획은 경인고속도로 초입에서 오목교 방향으로 빠지기로 했으나 초입이라도 시속 60㎞ 이상의 간선도로에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토해양부는 3월 말 이후 전기차 도로 주행이 허용되면 주요 도로마다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턴할 때 약간 쏠림현상이 있긴 했지만 안전과는 무관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주차장 오르막길에 도전했다. 경사도는 20도가량.우려와는 달리 아무런 문제 없이 올라갔다.

충전이 염려됐다. 아파트 주차장에 콘센트가 있을까 싶었다. 평소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주차장 기둥마다 콘센트가 설치돼 있었다. 1시간가량 달려오면서 사용한 전기는 얼마 안 됐다. 전기충전계의 10칸 가운데 1칸이 달았다. 1시간 달리는데 충전된 전기의 10분의 1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일반차의 주유구 위치에서 '돼지코'를 꺼내 충전을 시작했다. 시간상 실제 충전을 하진 못했지만 4~5시간이면 완전 방전상태에서 100%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