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부님의 특별한 쇼핑몰 창업기…"베풂이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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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 비즈니스를 탐하다 | 새러 캐닐리아 신디 그리피스 지음 | 이민아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12쪽 | 1만4000원
기도하면서 일한다…잉크·토너 등 3만5000여개 품목 판매
매출 1000만달러 '알짜 기업'으로…수익은 일부 아닌 전액 사회에 기부
기도하면서 일한다…잉크·토너 등 3만5000여개 품목 판매
매출 1000만달러 '알짜 기업'으로…수익은 일부 아닌 전액 사회에 기부
2001년 미국 위스콘신주 스프링뱅크의 성모마리아 시토수도원.레이저프린터의 토너가 떨어져 교체하려던 버나드 맥코이 신부는 깜짝 놀랐다. 토너 값이 턱없이 비싸서였다. 그래서 버나드 신부는 생각했다.
'일상적인 사무용품 비용이 우리 수도원한테만 벅찬 것은 아니겠지….이런 비용을 절약한다면 학교나 교회 등 다른 비영리 단체들한테도 좋지 않을까. '
버나드 신부의 이런 생각은 잉크와 토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레이저몽크스닷컴'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이 쇼핑몰의 상품목록은 3만5000여개.잉크와 토너를 비롯한 각종 사무용품과 다른 수도원에서 만든 상품들,자선 블렌드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하루 주문거래량이 300~500건에 이르는 첨단 쇼핑몰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쇼핑몰을 창업하고 보니 수도자 본연의 기도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일이 많아졌다. '수도 전통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네딕도 성인은 "기도하고 일하라"며 기도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도와 자선,기도와 일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될 일이었던 것이다.
이때 두 명의 전문가가 투입됐다. 인터넷 마케팅 및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쇼핑몰 활성화에 나섰던 것.《수도승,비즈니스를 탐하다》는 이들이 수도원의 900년 전통을 토대로 이 쇼핑몰을 매출 1000만달러의 알짜 기업으로 일군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책이다.
1098년 설립된 시토수도회는 대부분의 다른 수도원들처럼 《베네딕도 규칙서》를 토대로 생활한다. 1500여년 전 베네딕도 성인이 쓴 《베네딕도 규칙서》는 겸손 · 침묵 · 순종과 같은 수도자의 기본 덕목부터 기도 일과와 노동,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꼼꼼하게 기술한 수도생활 지침서다. 베네딕도 성인은 특히 손님을 환대하라고 강조했다.
'들어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대접하라…수도원장이건 형제들이건 모두 넉넉하게 대접하고 맞이하라…손님을 맞이하고 나서는 최상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니,그리스도께서 바로 그렇게 대접받으셨기 때문이다. '
시토회 수도자들과 저자들은 이런 가르침을 쇼핑몰 운영에 적용했다. 친절,넉넉한 마음 씀씀이,자선정신으로 무장하고 실천했다. 가령 자신들 사이트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카트리지를 바꿔달라는 고객의 집요한 요구에 카트리지뿐만 그 카트리지에 맞는 신형 프린터까지 사줬다. 감동한 그 고객은 친구와 동료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렸고 프린터 값 125달러보다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12세기에서 온 손님'이라는 역할놀이로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을 현재에 적용할 방법도 훈련했다. 색인카드를 준비해 앞장의 지시사항에 해당하는 현대적 상황을 뒷장에 적어 넣는 것인데 가령 '12세기의 배고픈 손님'은 현재 '결함 있는 토너 카트리지를 받은 성난 소비자'다. '기도 중인 수사'의 뒷장에는 '고객이 전화를 했는데 레이저몽크팀 전원이 회의 중인 상황''12세기의 수도원 관리를 맡은 수사'의 뒷장에는 '레이저몽크 사무실 관리를 맡은 직원'이 자리한다.
이들은 '성 베네딕도라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랄까'라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그 결과 '수익의 일부가 아니라 전액을 기부한다''베풂이 남는 장사다''성 베네딕도께서 대견하게 여길 만한 수준으로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등의 메시지와 사명을 찾아냈고,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수도원의 규칙서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사람과 조직을 변화시키고 고객 보호,마케팅,온라인 시장 구축 등에 활용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일상적인 사무용품 비용이 우리 수도원한테만 벅찬 것은 아니겠지….이런 비용을 절약한다면 학교나 교회 등 다른 비영리 단체들한테도 좋지 않을까. '
버나드 신부의 이런 생각은 잉크와 토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레이저몽크스닷컴'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이 쇼핑몰의 상품목록은 3만5000여개.잉크와 토너를 비롯한 각종 사무용품과 다른 수도원에서 만든 상품들,자선 블렌드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하루 주문거래량이 300~500건에 이르는 첨단 쇼핑몰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쇼핑몰을 창업하고 보니 수도자 본연의 기도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일이 많아졌다. '수도 전통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네딕도 성인은 "기도하고 일하라"며 기도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도와 자선,기도와 일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될 일이었던 것이다.
이때 두 명의 전문가가 투입됐다. 인터넷 마케팅 및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쇼핑몰 활성화에 나섰던 것.《수도승,비즈니스를 탐하다》는 이들이 수도원의 900년 전통을 토대로 이 쇼핑몰을 매출 1000만달러의 알짜 기업으로 일군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책이다.
1098년 설립된 시토수도회는 대부분의 다른 수도원들처럼 《베네딕도 규칙서》를 토대로 생활한다. 1500여년 전 베네딕도 성인이 쓴 《베네딕도 규칙서》는 겸손 · 침묵 · 순종과 같은 수도자의 기본 덕목부터 기도 일과와 노동,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꼼꼼하게 기술한 수도생활 지침서다. 베네딕도 성인은 특히 손님을 환대하라고 강조했다.
'들어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대접하라…수도원장이건 형제들이건 모두 넉넉하게 대접하고 맞이하라…손님을 맞이하고 나서는 최상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니,그리스도께서 바로 그렇게 대접받으셨기 때문이다. '
시토회 수도자들과 저자들은 이런 가르침을 쇼핑몰 운영에 적용했다. 친절,넉넉한 마음 씀씀이,자선정신으로 무장하고 실천했다. 가령 자신들 사이트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카트리지를 바꿔달라는 고객의 집요한 요구에 카트리지뿐만 그 카트리지에 맞는 신형 프린터까지 사줬다. 감동한 그 고객은 친구와 동료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렸고 프린터 값 125달러보다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12세기에서 온 손님'이라는 역할놀이로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을 현재에 적용할 방법도 훈련했다. 색인카드를 준비해 앞장의 지시사항에 해당하는 현대적 상황을 뒷장에 적어 넣는 것인데 가령 '12세기의 배고픈 손님'은 현재 '결함 있는 토너 카트리지를 받은 성난 소비자'다. '기도 중인 수사'의 뒷장에는 '고객이 전화를 했는데 레이저몽크팀 전원이 회의 중인 상황''12세기의 수도원 관리를 맡은 수사'의 뒷장에는 '레이저몽크 사무실 관리를 맡은 직원'이 자리한다.
이들은 '성 베네딕도라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랄까'라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그 결과 '수익의 일부가 아니라 전액을 기부한다''베풂이 남는 장사다''성 베네딕도께서 대견하게 여길 만한 수준으로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등의 메시지와 사명을 찾아냈고,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수도원의 규칙서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사람과 조직을 변화시키고 고객 보호,마케팅,온라인 시장 구축 등에 활용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