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꼬인 수급과 유럽발(發) 악재로 이틀째 급락하며 159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체력 고갈로 인해 추가 조정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해외발 악재까지 터지면서 과민 반등에 따른 투매 양상이 벌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32포인트(1.57%) 내린 1587.51에 장을 마쳤다. 지난 22일 1627.10을 기록 한 이후 나흘만에 또다시 1600선을 내주고 말았다.

이날 지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저금리 기조 유지 발언으로 미국증시가 급등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7.42포인트(0.46%) 오른 1620.25로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서고 프로그램 마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다. 오후들어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하면서 1690선 아래로 밀린 뒤 낙폭을 회복하지 못한 채 급락 마감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그리스에 대해 한 달 내에 1~2 등급 정도의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디스도 그리스의 신용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증폭됐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수출 감소 여파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145억원, 11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85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도 개인과 함께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전날까지 수급상 우군으로 작용해온 프로그램 매매가 순매도 전환하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 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216억원의 비차익거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차익거래로 1290억원의 매물이 출회되면서 전체적으로 1074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유럽발 재정위기 부각으로 금융 업종이 크게 밀렸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집중된 전기전자 업종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계와 의약품,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업종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2.13% 내린 73만6000원에 장을 마쳤고, 회계 불일치 문제가 불거진 KB금융은 4.02% 내린 4만8950원을 기록했다.

YF쏘나타 리콜 사태로 전날 하락했던 현대차는 보합세로 마감했고, 일진디스플레이는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4.52% 상승했다.

효성ITX 클라우드 컴퓨팅 테마로 묶이며 7%대 강세를 연출했다.

상한가 7개 종목을 포함해 212개 종목이 내렸고, 하한가 3개 종목을 비롯해 578개 종목이 내렸다.

거래량은 3억9739만주, 거래대금은 3조8925억원으로 연중 최저치 수준을 이어갔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파업과 신용등급 하향 전망이 나오는 등 유럽발 위기가 재차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면서 "1월 중 경상수지가 수출 감소 여파로 1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