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실존적' 고통이라고 심각히 여겼던 것들이 더 살아보면,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서는 하는 말이 '20대,좋은 때지…'라고 한다. '아무도 좋은 때를 좋은 때 맞이하는 사람,없느니라.' 밤에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는 아들이 안쓰러운 어미는 슬쩍 한마디 던진다. '넌 지금이 좋은 때'라고 말하고 싶은 어미의 마음을 아는 속 깊은 아들은 '흠흠' 웃음으로 효도를 한다. "

목사이자 작가인 김인희씨(60)가 감성 에세이 《레인보우》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30대 중반에 세례를 받고 국제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한예수교장로회 반석교회 목사로 하나님을 섬기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과 동년배 이웃들에게 잔잔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 매개는 '레인보우(무지개)'다. "비 온 후 무지개 뜨듯 무지개의 기억은 비 오는 날 다시 떠오른다. 한번 무지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쏟아지는 빗속,잿빛 하늘에서도 무지개를 본다. 마음 이편에서 저편까지 장엄하게 걸려 있는 휘황한 천궁(天弓) 일곱 빛깔 선명한 무지개를."

그는 "무지개는 신기루가 아니라 큰 홍수 후 하늘에 걸어놓은 활"이라며 "그러기에 누군가는 자연현상으로 설명하고 또 다른 이는 약속과 축복으로 풀이한다"고 말한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이렇게 조곤조곤 일깨워줄 수 있다니….한 페이지에 한 꼭지씩 90여편의 글이 정갈하게 펼쳐지고 그 옆에는 화가 장영숙씨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일상 속의 소소한 깨우침을 얘기하는 '땅의 노래',삶과 죽음에 관한 성찰을 담은 '하늘의 노래',선교 현장의 모습을 비추는 '북경일지'로 구성돼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