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란 모토로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의 70%를 장악,초고속 성장을 구가해온 구글이 최근 '공공의 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인터넷검열과 지메일(구글의 이메일) 해킹 여부를 둘러싼 중국 정부와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의 검색엔진 및 검색광고 관련 반독점 예비조사를 실시키로 한 데 이어 24일 구글 고위임원 3명이 이탈리아 법정에서 6개월형을 선고받으면서 구글의 수난시대를 예고했다.

◆'구글 타도' 중국 찍고 유럽으로

중국에서 불붙은 '구글 타도' 움직임은 유럽 대륙까지 덮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독일의 쇼핑 사이트 시아오,영국의 가격비교 사이트 파운뎀,프랑스의 법률검색 사이트 에쥐스티스의 제소로 EU 집행위가 구글의 검색광고 및 검색엔진 시장의 반독점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유럽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의 90%를 장악한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에 유리하게 사이트 검색 순위를 조작,금전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FT는 "코카콜라의 레시피처럼 비밀에 부쳐진 구글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광고비를 많이 낸 업체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여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업계에서 구글이 '프렌데미(Frendemy · 친구이자 적)'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 업체인 빅마우스미디어 관계자는 "구글의 검색광고 독점에 대한 불만이 심해지자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Bing)으로 갈아타는 광고주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2007년 론칭한 유니버설 검색엔진을 통해 자사의 비디오 뉴스 구글북스 가격비교 사이트를 홍보,불공정 경쟁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에 올려진 10대 소년 동영상 때문에 고위임원 3명이 사생활보호법 침해로 유죄 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2006년 유튜브에 올려진 이 동영상은 토리노의 10대 소년 4명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년을 괴롭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구글 측은 "해당 임원은 문제의 동영상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탈리아 규제당국의 지적대로 유해 동영상 게재를 막으려면 3600여명의 직원이 풀타임으로 비디오 리뷰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며 반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말 "(구글이) 돈벌이를 위해 프랑스 문학에 손대는 걸 두고보지 않겠다"며 구글의 전자책 사업에 제동을 걸었고,중국은 구글의 철수 선언에도 인터넷 검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구글은 '넥서스원' 스마트폰 출시 기념 아시아투어에 베이징을 제외시키는 등 대립각을 좁히지 않고 있다. 구글은 제록스(정보검색 언어) 인터테이너(플랫폼) 등으로부터 특허권 침해소송을 당하는 등 경쟁사들의 공격에도 시달리고 있다.

◆10년 설움 끝낸 MS…회심의 미소

구글에 앞서 1990년대부터 일등의 설움(?)에 시달렸던 경쟁사 MS는 구글의 수난으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FT는 구글에 대한 EU의 반독점 조사로 MS가 착한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웹브라우저를 둘러싼 EU와의 반독점 분쟁을 10년 만에 일단락한 MS는 다음 주부터 유럽 시장에서 '윈도7' 운영체제(OS) 사용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MS),사파리(애플),크롬(구글) 등 웹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MS는 올해 영국의 500대 브랜드 조사에서도 2008,2009년 2년 연속 1위를 지킨 구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MS의 반격 기회가 공짜로 주어진 건 아니다. MS는 지난 10여년간 반독점 과징금으로 EU에 총 17억유로를 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