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서 깬것처럼 에너지 펄펄 넘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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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해제 사흘앞둔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에 가보니…
"마음의 벽을 두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참 진리를 얻을 수 없지요"
"마음의 벽을 두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참 진리를 얻을 수 없지요"
"3개월간 수행을 하고 나니 마치 긴 잠에서 깬 것처럼 상쾌합니다. 새로운 에너지도 샘솟는 것 같아요. "(스티븐 데븐포트 · 40)
"이번이 세 번째 안거인데 유럽에서도 같은 시간표로 정진할 수 있지만 여기는 분위기와 기운이 좋고,한국 수행자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베라 흐류쇼바 · 48)
25일 오전 충남 계룡시 엄사면의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선방.겨울 석 달 동안 바깥 출입을 삼간 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동안거 해제(28일)를 사흘 앞둔 안거 참여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무상사 국제선원은 2000년 3월 이곳 조실 대봉 스님(60)을 주축으로 창건한 외국인 수행처다. 미국 출신인 대봉 스님은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린 숭산 스님(1927~2004년)의 맏제자로,올해로 10년째 무상사 조실을 맡고 있다.
무상사에선 창건 이래 한 철도 빼놓지 않고 안거를 해왔으며 여느 전통 선원과 달리 출가자와 재가자(신자)가 같은 선방에서 수행하는 것이 특징.
이번 동안거에는 스님 11명과 남녀 불자 66명 등 80명이 참여했다. 스님과 달리 신자나 일반인은 각자 형편에 따라 수행 기간을 정하지만 3개월 동안 정진하는 사람도 6명이나 됐다.
현재 수행 중인 사람은 30여명.안거 참여자들은 다양하다. 1994년부터 선 수행을 하고 있는 흐류쇼바씨는 체코에서 선원을 운영했던 화가. 뉴질랜드에서 학교 교사를 하다 7년 전 한국에 온 데븐포트씨는 대학 시절부터 선 수행을 해왔고 이번이 무상사에서 보낸 네 번째 안거다. 데븐포트씨는 "선 수행을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일상생활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참선은 참 재미있는 수행"이라고 말했다.
무상사는 국제공동체다. 스님들과 불자들의 국적은 미국 · 체코 · 헝가리 · 러시아 · 인도 · 싱가포르 · 뉴질랜드 · 스페인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숭산 스님의 제자들이 세계 100여개국에 세운 선원에서 찾아온 이들과 내국인들이 함께 수행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도량석과 사홍서원,108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 좌선을 하고 화요일과 금요일엔 대봉 스님 및 주지 대진 스님(미국인)과 인터뷰를 통해 마음공부를 점검한다. 공동생활인 만큼 하루 일과는 정확한 시간표대로 진행되며 침묵,발우공양은 기본이다. 남녀 수행자가 함께 산책하는 것,휴대전화나 개인 컴퓨터 사용,방문객과의 대화,개인적인 독서 등은 금지된다.
대봉 스님은 "미국이나 한국은 부모 세대들이 노력한 결과 경제적으로는 잘 살게 됐지만 고통은 여전히 만연해있다"며 "우리 인간의 참 본성을 깨달아야 고통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고통을 없앨 수 있을까. 대봉 스님은 빙긋이 웃더니 "'I don't know'에서 'I'를 빼보라"고 했다. 그러면 'don't know(모름)'가 된다. 'Only don' t know'(오직 모를 뿐)가 돼야 참본성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1977년 예일대 근처의 뉴헤이븐선원에서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였어요. 한 심리학자가 '정신이 정상인 것과 미친 것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자 숭산 스님은 '당신이 만약 어떤 것에 매우 집착하면 매우 미친 것이고,조금 집착하면 조금 미친 것이며,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하셨어요. 참본성을 찾으면 '나'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임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무상사에서 출가자와 재가자,종교,남녀 차별 없이 함께 수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마음의 벽을 두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참 진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봉 스님은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하면서 서로 잘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꼭 이겨야지' 하는 마음,승리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면 이기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이기더라도 문제가 생긴다"며 참본성을 찾고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계룡=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