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와 스포츠를 즐기는 60대 이상 노년층(실버층)을 지칭하는 '실버 레포츠족(族)'이 유통가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렸지만 60세가 넘어도 여전히 건강한 데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0세 이상 고객들의 레저스포츠 상품군 구매 건수가 2007년에 비해 두 배 이상(115%)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레저스포츠군 전체 구매 건수 증가율(25%)보다 4배 이상 높다. 특히 60대 이상 남성의 구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60세 이상 남성이 구매한 암벽등산화 등 전문 등산용품이 2년 전보다 230%,등산재킷 등 아웃도어 용품은 189% 각각 늘었다. 워킹화(187%),수영용품(137%),골프용품 · 의류(117%) 등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실버층의 레포츠용품 구매 증가율은 최근 4년간 연 평균 20%에 달했다. AK플라자에선 지난해 골프용품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5% 줄었지만 유독 60대 이상 매출은 16% 증가했다.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실버층의 스포츠 카테고리 구매액이 3년 전(2006년 3월~2007년 2월24일)보다 48.4% 늘었다.

인터넷에 미숙할 것이란 편견(?)과 달리 실버층은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에서도 환영받는 고객이다. 옥션에서 지난해 60세 이상 회원들의 스포츠 카테고리 구매 건수는 전년보다 135% 늘어 전체 증가율(65%)의 두 배를 웃돌았다. 노부부가 함께 레포츠 용품을 사러오는 경우도 많다. 이동북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의 동대문역사문화점장은 "지난해 실버층 부부의 제품 구매 건수가 전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버층은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도 특징.GS샵에서 실버층의 지난해 1인당 구매액은 26만3500원으로 전체 평균(22만4040원)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GS샵은 실버층을 겨냥해 오전 6~8시대에 등산의류,등산화,워킹신발,골프의류 등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CJ몰의 임상순 레포츠 MD(상품기획자)는 "저가 골프클럽을 주로 사는 20~30대와 달리 실버층은 200만원 이상 고가 제품도 선뜻 구입해 고가 레포츠용품 위주로 상품군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버 레포츠족을 겨냥한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홍주환 롯데백화점 레저스포츠 책임MD는 "롯데백화점의 60세 이상 고객 비중은 8.4%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구매액은 매년 230%씩 늘고 있다"며 "실버층이 레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라스 등 관련 용품도 덩달아 호조여서 다양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김지현 인턴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