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의 회계장부와 전산보조원장의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재검사에 착수했다. 종합검사를 끝낸 지 보름 만이다. 국민은행은 회계 오류와 관계 없다고 해명했지만 25일 KB금융지주 주가는 4% 넘게 폭락하며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검사역 다시 파견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월5일부터 2월2일까지 국민은행에 실시한 IT부문 검사에서 일부 계정과목 금액이 해당 전산원장 금액과 일치하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며 "국민은행은 최근 과거 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관리 소홀로 일부 전산화하지 못한 계정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회계상 오류는 전혀 없다고 소명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이 같은 소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검사역 4명을 은행에 보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에서 이 같은 불일치가 몇 년째 방치된 데 대해 "내부통제 소홀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주 본부장은 "비온라인 계정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방치해 둔 비온라인 계정에 일부 부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사해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회계오류 없다"

국민은행은 전산총계정원장(대차대조표)과 보조원장의 합계가 차이나는 원인으로 '보조원장 중 거래 발생 빈도가 낮은 충당금,파생상품 거래 등을 전산화하지 않고 비온라인 계정으로 남겨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 2000여개 계정 중 90% 정도를 온라인화했지만 180여개 계정은 온라인화하지 않고 남겨뒀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차대조표와 일부 비온라인 계정의 보조원장 잔액 불일치 금액이 100조원대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계산 방식의 착오에 기인한 오류"라며 "대차대조표상 금액은 일일 현금 조사 과정을 거쳐 마감되므로 회계상 오류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또 "온라인화하지 않은 계정 항목의 경우 로그데이터로 남아 있고 이는 다시 대차대조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손실 부분을 감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가동을 계기로 앞으로 3개월 이내에 비온라인 계정을 모두 전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이번에 불거진 문제는 '회계부정'이라기보다는 '전산관리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판단이다. 하지만 그 규모에 대해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온라인 계정이 자산의 5~10%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타은행에서도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지만 금감원은 "금액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전산계정 관리 소홀이 징계 사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