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적자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 국내에선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에 반발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영향으로 25일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성명을 통해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내달 중 1~2단계 추가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의 추가 강등 경고는 이날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발해 그리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항공과 교통 등 주요 공공기능이 마비된 직후 나온 것이다.

S&P는 지난해 12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S&P뿐아니라 무디스도 한 달 안에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출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그리스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그리스 정부가 조만간 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 악재가 재차 부각되며 유로화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아시아 증시도 동반 추락했다. 유로화 가치는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35달러 미만으로 추락해 9개월래 최저 수준을 보인데 이어,엔화 대비로도 1년래 최저인 유로당 120.74엔까지 급락했다.

도이체방크는 유로화 약세로 유로화를 빌려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위기로 유로화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25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1.57% 하락했고,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95%,홍콩 항셍지수는 0.33% 떨어지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그리스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2010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EU 27개국 경제는 0.7%(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11월 예상치와 동일한 수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