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기업의 내부 유보액을 줄이는 대신 주주 배당을 높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일부 공기업들이 매년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을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면서 직원 성과급으로 쓰는 등 폐해가 나타남에 따라 방만 경영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공기업들의 이익금 내부 유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공기업의 최저 배당성향(연간 순이익 대비 총 배당액 비율)을 15%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기업 최저 배당성향은 12%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상당수가 정부 예산 지원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많은 이익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투자보다는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정부 재정 수입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배당성향을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상은 정부가 지분을 출자한 한국전력 가스공사 기업은행(이상 상장사) 수출입은행 LH공사 수자원공사 등 35곳으로 대형 공기업은 모두 포함돼 있다.

실제 공기업의 낮은 배당으로 정부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받는 배당 수입은 지난해 3435억원으로 2008년 9378억원에 비해 63.3% 이상 줄었다. 대형 공기업 가운데 한국전력의 경우 2008년 대규모 적자로 배당할 수 없었지만 연간 7670억원의 순이익을 낸 기업은행조차 정부에 지급한 배당금은 7억원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은 같은 해 940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한푼도 배당하지 않았다.

작년 말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공기업이 이익을 투자하지 않고 은행에 장기예금으로 예치하거나 직원 성과급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 수입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3월 말까지 공기업의 작년 결산이 끝나는 대로 공기업별 배당성향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작년 결산이 끝난 도로공사의 경우 배당성향을 15%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고,한국관광공사는 17%로 올릴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다소 줄었지만 배당액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해 배당성향이 전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