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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탤런트였던 네가 하루는 어머니(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송승헌의 어머니 역)로 나오는 거야.그건 우리가 늙었다는 것이거든."(정두언)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송승헌이 내 아들이란 게 중요한 거지.내가 송승헌을 (극중에서) 안으니까 PD와 작가들이 질투한 적도 있어."(이경진)

25일 밤 12시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의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정두언 의원(한나라당)과 탤런트 이경진씨의 대화 내용이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갖고 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이야기를 나눈 곳은 방송국 스튜디오가 아니라 택시 안이다. 이들의 대화를 듣던 MC 겸 운전자 이영자와 공형진은 박장대소했다. 정 의원과 이씨는 인연의 출발점인 신촌 창서초등학교에 도착해 몰라보게 변한 학교를 둘러보며 추억을 되살렸다.

깔끔하게 단장된 스튜디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는 이제 옛말이다. 리얼리티가 대세인 요즘 '달리는 토크쇼'가 유행하고 있다. tvN의 '택시'를 비롯해 올리브채널의 '연애불변의 법칙',QTV의 '러브 택시',KBS의 '해피선데이-1박2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면 출연진의 긴장이 해소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스튜디오에선 연예인이라도 주눅들게 마련이지만 택시 안에서는 자유로운 동작과 촬영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택시' 제작진은 택시 내부에 2.6㎡ 규모의 작은 세트를 만들었다. 공간이 좁아 카메라맨이 동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트 내부에는 HD급 초소형 카메라 8대를 설치해 출연자의 다양한 표정을 빠짐없이 잡아냈다. 대형 카메라가 보이지 않으니 출연자들의 압박감도 줄어든다. 그래서 뒷좌석에 편히 앉아 친구 집에서 수다를 떨 듯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출연진의 동선에 따라 촬영이 가능해 바쁜 연예인들을 섭외하기에도 편하다. '택시'의 윤세영 PD는 "별도의 스케줄을 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스타들도 흔쾌히 수락한다"고 말했다. 장동건,유재석,고(故) 최진실,이순재,신해철,김건모 등이 이 프로에 출연했다.

QTV가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 중인 '러브 택시'(12부작)는 MC 겸 운전기사인 정준하가 싱글녀들을 택시에 태우고 거리를 다니면서 '보석남'을 찾아 즉석에서 미팅을 시켜주는 프로그램.한정된 공간에서 신상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대방과의 즉흥적인 만남이기 때문에 의뢰인은 물론 MC,제작진,헌팅된 남자까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지인 케이블TV 아나운서를 비롯해 '천하무적 야구단'의 미녀 서포터즈 이수정,슈퍼모델 출신의 방송인 김새롬,4차원의 팝 아티스트 낸시랭,개그우먼 김미려 등이 출연했다.

KBS의 인기 예능프로 '해피선데이-1박2일'은 출연자들이 지방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카메라로 담아낸다. 출연진의 유쾌한 수다와 짓궂은 게임,지쳐 잠든 모습과 멀미하는 장면 등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여름에는 게임을 통해 이긴 팀은 에어컨 차량,진 팀은 에어컨이 없는 차량에 승차한 후 지방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비교 방송해 시청자들을 웃겼다.

올리브채널의 '연애불변의 법칙'은 남자친구의 바람끼를 테스트하는 이야기로 '시즌 7'까지 이어진 인기 프로그램.제작진은 의뢰인 여성의 남자친구에게 우연을 가장해 여자를 접근시키고 그 현장을 의뢰인과 급습한다. 현장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의뢰인은 MC 겸 카운셀러인 김현숙 안혜경과 함께 남자친구가 바람 피우는 내용을 담은 VCR테이프를 보면서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