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코픽스 연동 대출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보다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춰 대출 고객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마다 금리에 차이가 있고 코픽스를 적용하는 대출의 종류도 달라 꼼꼼히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대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대출금리 최고 0.5%포인트 인하

지난달 17일 SC제일은행이 코픽스 연동 대출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은행들이 코픽스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SC제일은행의 코픽스 대출인 '뉴퍼스트홈론'은 CD 연동 대출보다 금리가 0.1%포인트 낮다. 기업은행은 다음 날인 18일 금리를 최대 0.48%포인트 낮춘 'IBK 코픽스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 코픽스 연동 대출을 출시했다. 이 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에 연 4.78~5.58%의 금리를 적용한다. CD 연동 대출(연 4.88~5.88%)보다 0.1~0.3%포인트 낮은 금리다.

우리은행은 25일부터 코픽스 대출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은 금리가 연 4.48~5.9%로 이 은행의 CD 연동 대출(연 4.88~6.30%)보다 0.4%포인트 낮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년 만기 아파트 담보대출을 기준으로 하면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가 CD 연동 대출보다 최대 0.5%포인트 낮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25일부터 CD 연동 대출보다 0.18~0.19%포인트 낮은 금리에 코픽스 연동 대출을 하고 있다.

농협은 2일부터 CD 연동 대출보다 금리가 0.15~0.25%포인트 낮은 코픽스 연동 대출을 시작한다. 이 밖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번 주 안에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별 조건 따져봐야

새로운 대출이 나오면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은행마다 금리와 조건이 달라 오히려 선택하기 까다로워진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은행들이 내세우는 최저 금리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급여이체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하고 신용등급이 매우 높아야만 적용될 수 있는 금리를 그대로 믿고 은행 창구를 방문했다가는 실망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코픽스 대출이라 하더라도 만기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행의 코픽스 대출은 만기가 1년일 경우에는 기존 CD 연동 대출과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만기를 2년으로 하면 0.2%포인트 낮은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고 만기가 10년일 때는 금리 인하 폭이 0.4~0.48%포인트로 커진다.

외환은행은 다자녀 가구와 중소 규모 주택 소유자에게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외환은행에서 10년 이상 장기 코픽스 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 주택의 가격이 3억원 이하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이면 0.1%포인트,3명 이상의 다자녀 가구이면 0.1%포인트의 금리가 감면된다. 반면 우리은행은 10년 이상의 코픽스 대출에는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필요한 자금의 종류에 따라서도 은행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은행은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외에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코픽스 대출을 한다. 그러나 신한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과 중도금 대출을 코픽스 연동으로 받으려면 앞으로 1~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은행에 따라서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외에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을 하는 곳도 있는데 초기 금리를 낮추고 싶다면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이,금리 변동성을 줄이고 싶다면 잔액 기준 대출이 유리하다.

◆가산금리 높다면 코픽스로 전환

기존에 CD 연동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코픽스 대출로 갈아타야 할지가 고민이다.

갈아타기를 할 때는 현재 적용받고 있는 대출금리 외에 가산금리가 얼마인지까지 확인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2008년 이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현재 연 3~4%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굳이 금리가 더 높은 코픽스 대출로 바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3%포인트까지 높인 2009년 이후 대출을 받았다면 코픽스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 우리은행에서 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현재 연 3.78~5.08%의 이자를 내고 있다.

이 은행의 코픽스 대출보다 금리가 0.7~0.82%포인트 낮으므로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게 낫다. 이에 비해 2009년 10월 우리은행에서 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현재 금리가 연 5.24~6.06%로 코픽스 대출보다 최고 0.76%포인트 높으므로 갈아타기를 검토해 봐야 한다.

은행들은 앞으로 6개월간 코픽스 대출로 전환하는 고객에 대해 중도상환 수수료 등의 각종 비용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대출 갈아타기를 할 거라면 이 기간에 하는 것이 좋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