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연기를 채 마치기 전 코치석에 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는 두 손을 힘껏 올려 만세를 불렀다. 지난 4년간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송재형 트레이너 겸 물리치료사,어머니 박미희씨 등 은반의 여왕을 만든 이른바 '연아팀' 모두가 활짝 웃었다.

박미희씨는 24시간을 딸과 함께 하는 '피겨맘'이다. 이번 올림픽은 박씨가 김연아를 뒷바라지해 온 지 13년의 결실을 맺는 무대였다. 고관절 부상으로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경기에 출전하는 딸을 다독거린 것도 다 오늘의 영광이 있을 것을 예고한 인고의 세월이었다.

아버지 김현석씨는 이번 올림픽이 해외로 응원 나온 첫 대회다. 딸이 부담스러울까봐 숙소도 지인들이 묵는 곳으로 정했을 정도다. 김씨는 "저라고 (딸을) 곁에서 안 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참아야죠"라며 조용히 딸을 응원하는 따뜻한 부정을 보였다.

'Mr 트리플 악셀'로 불렸던 오서 코치는 자신이 못다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제자를 통해 이루는 감격을 맛봤다. 1984년 캐나다 대표선수로 활약한 오서 코치는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두 번 땄을 뿐 금메달과는 인연이 멀었다.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전담 코치를 맡게 된 이유는 "그 선수가 다름 아닌 연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0점만 얻어도 대단한데 150점을 넘어 기뻤다"며 "김연아는 스텝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고 온 마음으로 연기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의 안무를 만든 윌슨씨는 임시로 발급받은 '데일리 패스'로 경기장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그는 매일 관중석을 지키며 김연아의 동작 하나하나에 가슴을 졸였으나 결국 환하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