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일본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무디스의 토머스 브라이언 전무는 25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수년 사이에 일본의 재정적자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일본 정부가 재정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확고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면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전무는 특히 일본 민주당 정권이 오는 6월 내놓을 예정인 중기 재정개혁안을 주목할 것이라며 장차 일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재정개혁 방안을 주요 요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무디스의 경고는 일본의 과중한 공공부채와 향후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며 "투자자들이 일본 장기 국채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80%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라이언 전무는 "일본의 재정이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이 아직은 국내에서 국채 발행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무디스가 지난해 5월 일본의 국내 채권 등급을 Aa3에서 Aa2로 높인 것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전무는 또 "일본의 높은 저축률도 긍정적인 변수"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지난달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기업 타격과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전망이 '부정적'이란 것은 앞으로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무디스는 인도에 대해선 재정적자 감축안에 따라 신용등급을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