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지는 것 못 참던 꼬마 연아, 트리플러츠 밤새 뛰고 또 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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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소녀에서 올림픽 金까지
어릴 때부터 연습 욕심 남달라…초등 6년때 5가지 점프 마스터
"한국 피겨 첫 메달 딸래요"…5년 전 자신과의 약속 지켜
어릴 때부터 연습 욕심 남달라…초등 6년때 5가지 점프 마스터
"한국 피겨 첫 메달 딸래요"…5년 전 자신과의 약속 지켜
김연아는 15세이던 2005년 3월 서울 태릉실내링크에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처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믿어도 되겠죠'라는 물음에 "몰라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그 말은 온 국민에게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김연아는 다섯 살 때 고모가 선물한 빨간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여섯 살 때 집 근처인 과천시민회관 실내링크에서 처음 탔다. 방학특강반에 등록한 김연아는 금세 피겨에 흥미를 느꼈다. 어머니 박미희씨가 피겨를 그만두자고 하자 스케이트를 꼭 타고 싶다며 졸랐다. "연아처럼 재능있는 아이는 처음 본다"는 코치의 말에 어머니는 고집을 꺾었다고 한다.
김연아는 여덟 살 때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연기장면을 녹화하고 매일 봐 선수들의 제스처를 다 외울 정도였다. 김연아는 올림픽 스타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놀이를 만들어 또래 아이들과 자주 했다. 나이가 많은 아이가 잘 따라한 순서를 정하고 상금도 주는 놀이였다. 김연아는 자신의 우상인 미셸 콴의 연기를 따라하는 것을 좋아했다.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욕심이 남달랐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국가대표 피겨선수들과 함께 레슨을 받을 때 악착같이 이기려고 해 '지는 걸 못 참는 꼬마'라고 불렸다.
그의 우직한 고집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김연아는 어릴 때 화가 나면 얼음을 스케이트 날로 찍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어느날 하루 그 버릇을 고치기 위해 스케이트를 벗고 빙판 주변을 100바퀴 돌라고 했다. 박씨는 헉헉대면서 끝까지 다 도는 딸의 모습을 보고 다시는 그 같은 벌(?)을 주지 않았다고.
중학교 때 김연아를 가르쳤던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를 하도 많이 연습해 손가락으로 세다가 포기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65회까지 세다가 포기했다"며 "다른 점프까지 합하면 100회는 족히 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성이 차지 않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족할 때까지 연습하는 고집이 '강심장'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김연아는 '악바리' 기질과 '무한정 연습'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악셀을 제외한 5가지 점프(플립 루프 토루프 살코 러츠)를 마스터했다. '교과서 점프'는 피땀의 결과인 셈이다. 점프의 자신감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과 완벽 연기로 이어졌다. 김연아는 '은반 위에서는 혼자'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연기의 처음과 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았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나온 값진 대가다. 거침없이 프리연기를 마친 김연아가 '뜨거운 눈물'을 쏟은 것은 이런 노력을 떠올린 때문이 아닐까.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