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불법 입국한 남한 주민 4명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최근 불법 입국한 4명의 남조선 주민을 관계기관이 억류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억류하고 있는 남한 주민의 신원과 입북 경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남한 주민 불법입국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직후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054명의 신변 안전과 체류 상황을 점검했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보도에서 '불법 입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감안해 억류된 남측 주민은 통일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방북자가 아닌 북한 인권운동가나 선교사,탈북자 문제 관련 활동가일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수많은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북 · 중국경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월경했다가 억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연기와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북측 내부 사정 등을 알아보기 위해 몰래 입북한 인물이 억류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남한 주민이 불법 입국해 억류됐다면 이른 시일 내 풀려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이후 북 · 중 접경지역을 통해 밀입북한 사람들을 장기간 조사한 후 중국으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지난해 3월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에 들어갔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은 약 5개월간 억류됐다 석방됐으며,지난해 12월 입북했다 억류됐던 재미 한인 로버트 박씨는 43일 만에 풀려났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북한이 억류자들을 대남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3월 말 개성공단에서 억류한 남측 근로자 유성진씨를 136일 동안 억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약속한 후에야 석방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남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억류자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