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로 번진 조선 불황…한진重 구조조정 '내홍'
인력구조조정을 둘러싼 한진중공업 노사 간 정면충돌이 막판에 가까스로 봉합됐다. 노사 양측은 26일 오후 막판 협상 끝에 정리해고와 파업을 각각 철회키로 하면서 조선소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가까스로 봉합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수주 가뭄과 선박 발주 취소 등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조선 불황의 한파가 대형 업체로 번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6위,세계 10위권 조선업체다.

◆한진중 노사, 파국은 피하자 한 발씩 양보

한진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가운데 노사 양측은 이날 오후 마지막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파업 철회안을 이끌어냈다. 회사 측이 정리해고 방침을 거둬들이는 대신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타결을 이뤄냈다. 노사 양측이 조선시황 악화 속에서 자칫 갈등이 장기화하면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 발씩 물러섰다.

회사 측은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2차 희망퇴직 접수를 연장,직원 60여명의 퇴직 신청을 받고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지역사회와 각계각층의 여망에 부응하고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정리해고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해고 회피 노력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진중공업 노사가 파국은 모면했지만,조선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구조재편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시 맞부딪칠 가능성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가뭄 속 사업구조 재편 갈등 소지는 남아

그동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노사는 직원 정리해고 문제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벌여왔다. 회사 측은 조선업 불황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작년 12월 3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352명을 추가로 감원하기 위해 노동청에 정리해고 계획서를 냈다. 노조는 일방적인 정리해고는 불법이라며 반발,노사 갈등이 격화됐다. 회사 측이 선박 수주 가뭄 장기화 및 잇따른 발주 취소 여파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자 노조는 결국 무기한 총파업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철회했다.

'한국 조선산업 1번지'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내홍에 휩싸인 것은 극심한 수주난 탓이다. 이 회사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필리핀에 있는 수비크조선소에서 올 들어 18만t급 벌크선 3척을 수주한 게 전부다.

발주 취소 사태까지 잇따라 겹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독일 선박금융업체 로이드폰즈사가 한진중공업에 맡겼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의 발주를 취소했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 이후부터 발주 취소 6척,선종 변경 4척 등을 합쳐 총 10척의 컨테이너선 건조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외에 국내 다른 대형 조선업체들도 인력 및 사업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일감이 부족한 조선사업본부 정규직 직원 700여명을 다른 사업본부로 전환배치하는 데 합의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도 외주 협력업체들의 일거리를 사내 직영으로 돌리는 등 간접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부산=김태현/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