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그야말로 산더미를 이룬 꽃 도매시장은 벌써 봄이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감각을 자극하는 은은한 꽃 향기가 반긴다. 봄기운 가득한 프리지어를 비롯해 데이지,아이리스,아네모네,그리고 늘 사랑받는 장미가 한껏 자태를 뽐낸다.
꽃 도매시장의 매력은 싼 값이다. 시중보다 훨씬 싸게 꽃을 살 수 있다.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가득 쌓인 꽃을 바라보면 즐거워진다. 생화뿐만 아니라 화분,꽃 포장재료,꽃병,조화도 판다. 멀지도 않다. 서울 시내 곳곳에 도매시장이 있다.
서울의 꽃 도매시장은 제각각 특색이 있다. 대형 꽃시장을 보고 싶다면 양재동 꽃시장,도 · 산매 꽃시장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고속터미널 꽃시장,꽃구경과 더불어 재래시장의 활기를 맛보고 싶다면 남대문 대도 꽃도매상가,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서소문 꽃도매시장을 추천한다.
◆양재동 꽃시장
하루 평균 경매액만 2억원이 넘는,국내에서 가장 큰 꽃시장이다. 꽃에 대한 모든 것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 편리하다. 매장에 따라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조금씩 다르다.
꽃시장의 '꽃'인 생화 꽃도매시장은 2층 규모의 큰 건물에 자리잡고 있어 바로 눈에 띈다. 1층에는 화사한 생화가 쌓여 있고,2층에선 조화와 포장재료 등을 판다. 생화 시장은 자정에 시작해 오후 1시면 영업이 끝나므로 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2층은 5월까지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모두 쉰다.
손이 가지 않아도 될 '완성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지하에 있는 화원점포에 가면 된다. 예쁘게 만든 꽃다발,꽃바구니,화환 등을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며,일요일에도 점포 절반이 손님을 맞이한다.
책상이나 창가에 올려만 놓아도 봄기운이 날 듯한 화분은 2개 동으로 나누어진 분화온실에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동양란과 서양란,선인장,허브,관엽식물 등 화분에 담긴 모든 식물이 모였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고,일요일에는 한 동씩 번갈아 쉰다.
새벽에 양재동 꽃시장을 방문한다면 꽃 경매를 구경해보자.개인이 참가할 수는 없어도 구경은 가능하다. 절화(꺾은꽃)는 매주 월~토요일(5월까지) 자정부터,난은 월 · 목요일 오전 8시부터,관엽식물은 화 · 금요일 오전 8시부터 경매에 들어간다. 지하철 양재역에서 차로 10분 거리.(02)579-8100
◆고속터미널 꽃시장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은 꽃시장 천국이다. 대규모 도매시장이 두 곳,소매시장이 두 곳 있어 마음껏 꽃을 구경할 수 있다.
도매시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사이에 두고 두 건물에 나뉘어 있다. 터미널 역사에 있는 '터미널 꽃 도매상가'(02-535-2118 · 593-0991)와 르본시티 건물에 있는 '강남 꽃 도매상가'(02-535-4799)다. 점포 100여개가 들어선 강남 꽃 도매상가의 3~4층에는 생화가,5층에는 조화 및 관련 물품이 있다. 영업시간은 자정부터 오후 1시까지.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쉰다. 터미널 꽃 도매상가에는 340여개 가게가 있어 규모가 크다. 절화가 주를 이루며 자정부터 오후 1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엔 쉰다.
지하철역 내 지하쇼핑센터와 르본시티 길 건너 반포쇼핑타운 2동에는 산매상가가 있다.
◆남대문 대도 꽃 도매상가
남대문시장 안에도 꽃 도매시장이 있다. 넓고 복잡한 남대문시장 중간쯤에 있어,꽃시장을 둘러본 후 없는 물건이 없다는 남대문시장을 구경하면 하루종일 쇼핑천국이다. 여기에 남대문시장의 명물 갈치조림으로 식사까지 하면 쇼핑과 눈요기로 어느새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다.
대도상가 건물 3층에 점포 70여개가 빼곡하다. 오랜 전통을 지닌 재래시장의 꽃시장답게 상인들이 친절하다. 지하철 회현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오전 3시부터 오후 3시까지(금 · 토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 (02)777-1709
◆서소문 꽃 도매시장
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에 있는 서소문 꽃 도매시장은 서울 꽃 도매시장 중 가장 깔끔해서 돌아보기 편하다. 점포가 50여개로 규모는 아담한 대신 통로가 넓어 인파와 부대낄 염려 없이 편안하고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지하철 충정로역 4번 출구로 나와 브라운스톤 뒤 서소문공원으로 가면 이정표가 보인다. 생화는 오전 3시부터 오후 3시까지(금 ·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화분이나 조화 등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살 수 있다. 일요일은 휴무,공휴일에는 오후 1시까지 문을 여니 전화로 미리 확인하자.(02)2124-7760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꽃 도매시장에서 절화는 단으로 살 수 있다. 가격이 싼 대신 보통 꽃집에서처럼 한 송이씩 사긴 어렵다. 그래서 작은 꽃다발을 저렴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갔다가는 구입한 꽃이 남아돌아 '배보다 배꼽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주성민 강남 꽃 도매상가 부회장은 "단으로 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큰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만들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구입한 꽃을 잘 손질하고 포장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맡기면 된다. 모든 도매시장에는 소정의 비용을 받고 꽃을 포장해주거나 바구니로 만들어주는 점포가 있다.
서울 꽃 도매시장에 꽃이 들어오는 요일은 매주 월 · 수 · 금이다. 이날 개장 직후 찾아갈수록 싱싱한 꽃을 구입할 수 있다. 묵었다 해도 이틀에 불과하다. 도매시장이라 워낙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꽃은 대부분 상태가 좋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꽃 상태를 점검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돼 편하다.
그럼에도 더 싱싱한 꽃을 구입하는 요령은 있다. 남대문 대도꽃도매상가 중앙꽃집 정아원예의 이철규 대표는 "향기가 남아있는 꽃일수록 상태가 좋다"면서 "꽃잎보다 잎사귀가 먼저 상하기 때문에 잎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좋은 꽃의 선택만큼 보관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꽃을 시원한 곳에 둘수록 수명이 길어진다"면서 "꽃병의 물을 청결하게 유지하고,구입할 때 꽃을 어떻게 관리해야 오래갈 수 있는지 상인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