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신창전기 마그네슘 사업부 생산공장.마그네슘이 90% 이상 함유된 금괴 모양의 금속이 섭씨 650도로 달궈진 용해로에 들어가자 이내 녹아내린다. 액체가 된 마그네슘 합금은 피스톤 움직임에 따라 형틀로 밀려 들어간다. 10여초 뒤 형틀을 열면 마그마처럼 시뻘건 액체였던 마그네슘 합금은 어느새 은빛의 휴대폰 케이스로 변신한다.

이 공장이 일반적인 마그네슘 주조공장과 다른 점은 SF6(육불화황) 가스를 용해로에 공급하는 기기의 전원이 꺼져 있다는 것.고온에 녹아내린 마그네슘은 산소와 만나면 쉽게 폭발하거나 산화돼 까맣게 탈 뿐 아니라 때로는 용해로에 붙은 불이 주변으로 번져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SF6 가스로 용해로 표면에 얇은 막을 씌워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소 차단 과정은 마그네슘 주조 과정의 핵심 공정이다. 그렇기에 마그네슘 주조공장에서 SF6 가스 주입기의 전원이 꺼져 있다는 것은 '조업 중단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신창전기가 SF6 가스 없이 마그네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소재에 있다. 마그네슘 합금에 CaO(산화칼슘)를 첨가물로 넣어 용해로에서 산화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SF6 가스는 공기와의 접촉을 100%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생산할 경우 산화에 의한 불량률이 발생했다. 결국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인 '에코 마그네슘' 덕분에 마그네슘 제조업체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산화현상을 없앴다.

실제 신창전기가 에코 마그네슘으로 휴대폰 케이스를 생산한 결과 기존 소재를 사용할 때보다 불량률이 15~20%가량 줄었다. 또 제품의 강도도 10% 정도 올라갔다. 걱정거리였던 화재 위험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신창전기는 14대에 달하는 마그네슘 제품 제조 기기를 연내 모두 에코 마그네슘 시스템으로 전환,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화영 마그네슘사업부 이사는"마그네슘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플라스틱보다 단단하지만 제조하기 어렵고 불량률이 높다는 점 때문에 생각만큼 빨리 차세대 부품소재로 자리잡지 못했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 신소재가 나온 만큼 앞으로 마그네슘을 사용하는 분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발 주역인 김세광 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에코 마그네슘 연구에 들어간 시점은 2003년.

김 선임연구원은 "마그네슘 제품은 제조하기도 힘들고 관리도 까다롭다는 제조업체들의 하소연에 이들을 대신해 신소재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08년 산화칼슘이 해법이란 사실을 발견,신창전기와 마그네슘 합금 제조업체인 에치엠케이에 양산화 개발을 제안했다. 신소재가 아쉬웠던 신창전기와 에치엠케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생산기술연구원 역시 신소재로 만든 제품의 장단점을 확인하려면 제조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1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의 70%는 이 소재의 우수성에 주목한 정부 지원자금으로 충당했다.

박 이사는 "자금도,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초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생산기술연구원의 R&D(연구개발) 능력과 정부의 자금지원 덕분에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창전기 마그네슘 사업부는 에코 마그네슘 양산을 계기로 3년 전 도입한 CAD(컴퓨터활용설계),CAM(컴퓨터활용제조),CAE(컴퓨터활용엔지니어링)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마그네슘 부품을 사용하는 분야가 자동차 휴대폰 철도차량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창전기 마그네슘 사업부는 대기업과 부품 개발을 협의하는 것에서부터 금형업체에 형틀 제작을 주문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이 시스템을 이미 도입한 상태다.

박 이사는 "이 시스템 덕분에 대기업 및 금형업체와의 업무협의가 원활해지면서 납기를 21일에서 12일로 단축했다"며 "보다 효율적인 생산기술 혁신을 위해 i매뉴팩처링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