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냐 대법원이냐.왜 상임위 싸움에 끼여 솔로몬의 판결을 내려야 하나. "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26일 국회 법사위에 고언을 뱉어냈다. 한국은행법 개정 논란이 기획재정위와 정무위 간 기싸움을 넘어 이번에는 법사위까지 번진 데 대해서다. 조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 체계 · 자구심사에 충실해야 할 법사위가 법안 내용을 갖고 또 월권을 시도하고 있다"며 "상임위와 부처 관계자들이 티격태격하는 전쟁터가 됐다"고 씁쓸해했다.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은 지난해 말 재정위를 통과했지만 석 달 만인 지난 24일에야 법사위에 상정됐다. 정무위가 법안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무위는 금융감독권을 금융위에 몰아주는 내용의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며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법사위는 개정안에 논란이 있는 만큼 다음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을 불러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가 체계 · 자구심사에 그치지 않고 법안의 내용심사까지 월권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법사위원으로서 논쟁을 지켜본 조 의원은 "법사위가 자구심사를 하게 된 것은 법률 전문가가 부족했던 1950년부터였다"며 "하지만 전통적으로 야당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안 심사를 고의로 미루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선으로 현역 최다선인 그는 "금융감독권을 어디서 갖느냐의 문제를 갖고 법사위원으로서 달갑지 않은 논쟁을 벌이게 됐다"며 "애초 상임위 간 소관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 것부터가 불행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같은 여당 안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는데 어떻게 결론을 내겠느냐"며 "정부와 여야 지도부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