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최장수 CEO
굿모닝증권·조흥은행
LG카드 성공적 M&A
이상적 금융그룹 만들어
금융 빅뱅기 경쟁력 유지 과제
◆'신한 문화' 만든 창업공신
라 회장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뒤 고학으로 선린상고를 졸업했고 1959년 농업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구은행과 제일투자금융 등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1991년 신한은행장에 선출된 뒤 세 번 연속 은행장을 맡았고 2001년 신한금융지주가 설립되면서 회장으로 취임해 세 번을 연임했다. 이번에 다시 이사 추천을 받아 4연임에 들어가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의 성장 역사 하나하나에 라 회장의 손때가 묻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스스로도 "신한이 제 인생의 모든 것이었듯 신한 가족 여러분이야말로 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애인들"이라며 깊은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재임기간 경영성과는 탁월했다. 설립 당시 자본금 250억원에 점포수 3개에 불과했던 신한은행은 국내 2,3위를 다투는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19조8000억원으로 자산 규모 1위인 KB금융보다 1조원 이상 많다. 작년 말 자기자본은 22조5000억원,총자산은 304조원에 달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000억원이었다.
'성공신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라 회장이 은행 설립 때부터 일관되게 강조해온 '신한정신'이다. 불친절하고 권위적인 문화가 지배하던 은행권에 고객을 찾아 현장을 파고드는 '고객중심'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허가권자처럼 군림하던 은행원을 '세일즈맨'으로 바꿔놓았다. 모든 업무의 중심에 '고객'과 '현장'을 놓도록 했다. 개인주의와 파벌주의를 배격하고 조직우선,능력우선을 강조했다.
인수합병(M&A)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굿모닝증권을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의 조흥은행과 국내 점유율 1위인 LG카드 등을 성공적으로 M&A하면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그룹을 만들었다. 한 금융지주사 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가장 부럽고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그룹은 신한금융지주"라고 평가했다.
◆금융 격변기 '선장' 역할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여전하고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용'과 '자금'을 바탕으로 영업해야 하는 은행업엔 상당한 변수다. 신한금융그룹의 현재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메가빅뱅'도 눈앞에 다가왔다. 자산 규모 2위인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합병 방식으로 민영화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을 인수할 후보자로는 1위인 KB금융 또는 4위인 하나금융일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매물로 나올 외환은행에도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빅4' 가운데 신한지주를 제외한 모든 은행이 M&A에 나서는 셈이다. 금융 격변기에 신한지주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라 회장의 최우선 과제다.
일본 베트남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해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자산과 수익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 신한지주의 경영전략이다.
안정적인 후계체제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임자로 유력한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이 안팎에서 명실상부한 차기 회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사회 의장과 역할분담
신한금융지주는 연합회가 마련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맞춰 라 회장이 겸직했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유임된 사외이사 중에는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는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의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총 재임기간이 5년을 넘어 사외이사 자격이 없는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비상근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장과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하려면 아무래도 지주회사 업무를 오랫동안 해봐서 잘 아는 류 고문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