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에 연봉 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 금융 위기 여파로 상당수 직장인이 연봉을 삭감당하거나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연봉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마찰음도 예상된다. 경기 회복 정도나 성과 등에 대해 회사와 직장인 사이에 인식차가 적지 않아서다. 나에게 적정한 연봉은 어느 정도이고,내 존재를 효과적으로 어필해 연봉 책정 때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급 이동시 평균 16.0% 올라

취업 정보업체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558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봉을 분석한 결과 1년차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은 2123만원으로 나타났다. 입사 후 1년간 신입사원 초임을 받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금액이 대졸 초임이 되는 셈이다. 이후 2년차 2238만원,3년차 2668만원,4년차 2909만원,5년차 3100만원 등 5년차가 되면서 3000만원 고지를 넘어섰다. 또 6년차 3298만원,7년차 3518만원,8년차 3813만원,9년차 3908만원,10년차 4131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15년차에는 4949만원으로 5000만원대에 근접했고 20년차에는 5930만원으로 6000만원대 진입을 앞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차가 더해질수록 200만~300만원씩 꾸준한 상승폭을 보였지만 9년차 이후부터는 상승폭이 고르지 못했다. 직급별로 사원(연구원)이 2243만원,주임(연구원) 2659만원,대리(주임연구원)가 3168만원으로 주임에서 대리급으로 직급이 변경될 때 3000만원 선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장(선임연구원)은 3845만원,차장(책임연구원)은 4612만원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시 4000만원 선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장(연구소장)은 5025만원이었다. 과장급이 되면 대리급이 받던 연봉보다 21.4%가량 뛴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어 가장 연봉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급 이동시 평균 연봉인상액은 16.0%였다.

◆협상시즌에는 최대한 티 내라

협상 시즌에 상사들은 그동안의 업무 평가와 더불어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눈여겨보게 마련이다. 특히 불황기가 되면 기업은 다른 때보다 충성도나 성실성 등 기본에 더욱 주목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 식구를 단단히 챙기고자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얘기지만 일만 묵묵히 한다고 해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협상 당사자가 누군지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 둬야 한다.

자신만이 가능한 독보적인 분야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든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자신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정도로 관련 업무에 정통해야 한다. 특정 업무에 대해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는다면 회사 측에서 당신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두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성과를 수치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더 가시적인 데이터를 회사에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틈틈이 자신이 회사 측에 기여한 공로 등을 스스로 평가해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자신이 수행한 성과와 업적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구매 담당자라면 자신이 제안한 새로운 구매 프로세스를 통해 비용을 얼마나 절약했는지,그리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자신의 실적을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동종 직종 연봉파악은 기본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인상폭을 제시할 수 있다. 연봉 조정도 협상인 만큼 풍부한 정보와 매끄러운 태도가 필요하다. 동종업계에서 자신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분야에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 협상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희망하는 액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최고치와 최저치 등 목표 수준을 미리 정해둬야 협상에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터무니없이 많은 급여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으므로 전년도 인상액을 고려해 논리적이고 합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연봉 외의 조건들도 협상해야 한다. 아무래도 올해는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에 기업 측이 연봉을 쉽게 인상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성과가 뛰어나더라도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연봉 이외의 것을 협상하는 방안도 생각해 두면 좋다. 특히 임원이라면 각종 보상제도와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연봉을 직접 올려주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에게 향후 성과창출에 대한 동기유발이 가능하면서도 연봉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보상제도에는 상여금,이익에 따른 수당,계약금,주식,스톡옵션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 제공,콘도 이용,회원권,퇴직금,교육비,교육비 지원,주택 혹은 주택구입 자금 제공,휴가일수,타 지역 이전비용 지급 등도 활용해볼 만하다.

◆먼저 얘기하지 마라

협상은 서두를수록 손해를 보기 쉽다. 기업 측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서두르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 측은 "당신이 받고 싶은 금액이 얼마냐"며 단도직입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 하지만 이 페이스에 말리면 안된다. 얼마를 받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즉각적인 답변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얼마의 연봉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의중을 떠보는 것도 협상 기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가령 '얼마를 주십시오'보다는 '저와 같은 경력을 지난 사람에게 얼마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면 기업이 생각하고 있는 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측에서 만족할 만한 금액을 얘기하더라도 우선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회사의 제안을 받은 후 얼마간의 침묵은 협상의 주도권을 지원자 쪽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회사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한다면 더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도움말=인크루트(www.incruit.com)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