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지? 늘 우리곁에 있어 잊고 지내지만 돌아보면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데가 많다. 전남 순천의 순천만 대대포구가 그런 곳 중 하나다. 하늘 가득 노을이 붉게 물들 즈음,무성한 갈대밭과 갯벌 사이로 이어지는 S라인 물길 위의 한 척 배가 그려내는 풍경이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Take1.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 무대

김승옥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무대로 알려진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곳이다. 순천 해룡면,별량면 39.8㎞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드넓은 갯벌과 5.4㎢의 갈대밭 등 27㎢의 하구 염습지와 갯벌로 구성된 만이다. 특히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갯벌 앞부분까지 펼쳐지는 갈대군락은 국내 최대 규모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연안습지 최초로 국제습지조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됐다.

순천만 생태여행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 시작된다. 순천만자연생태관에 들러 갯벌과 갈대,철새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준비 끝.자연생태관을 나서 무진교를 건너면 갈대숲 탐방로가 나온다. 질감 좋은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갈대숲 탐방로는 1.2㎞.갈대숲 사이를 걸으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숨결을 맘껏 들이킬 수 있어 좋다. 곳곳에 생태관련 설명판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에 도움을 준다. 연인들의 은근한 데이트 장도로도 안성맞춤이다.

생태체험선을 이용한 순천만 선상투어도 재미있다. 생태체험선은 무진교 아래에서 출발해 별량 화포쪽 S자 물길이 있는 곳까지 40여분간 유람한다. 나들이객들이 산책하는 갈대밭 풍경과 철새들의 비상이 영화의 한장면의 보는 듯 하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용산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용산은 갈대숲 탐방로 끝에 있는 야산.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옛날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본 한 아낙이 산이 움직인다고 말하자 용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려 산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산 꼭대기 3층 전망대에 서면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S라인 물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S라인 물길과 주변 갯벌에 반짝이는 노을빛이 그렇게 환상적일 수 없다. 생태체험선 뒤로 길고 느릿하게 퍼지는 궤적 또한 남다른 감성을 자극한다.

Take2. 영원한 고향마을과 봄소식

순천 시내의 드라마촬영장도 들러볼만 하다. '사랑과 야망','에덴의 동쪽' 같은 드라마의 주 세트장으로 활용된 곳이다. 드라마 촬영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모두 3개 마을 200여 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1960년대 순천 읍내거리와 태백 황지거리,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80년대 서울 변두리 번화가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근대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어른들이라면 그 시대의 진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지개다리 승선교 풍경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태고종의 본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봄에는 화신의 발신지로 손꼽힌다. 사찰 전체가 홍매화,백매화 등이 어우러진 꽃대궐로 변한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 차를 만들고 시음하는 야생차 체험을 할 수 있다. 은은한 차향을 맡으며 하룻밤을 보내는 산방명상체험도 인기다. 체험관 뒷편 선암사 쪽으로 난 편백숲 산책로가 걷기에 좋다.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넘어가면 만나는 송광사는 수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승보사찰로 이름 높다. 합천 해인사,양산 통도사와 함께 삼보사찰로 꼽힌다. 계곡의 투명한 물에 비친 우화각이 잘 그린 그림을 보는 듯해 사진 애호가들이 많이 몰린다. 금둔사는 남도의 매화 중에서 가장 먼저 핀다는 납월매로 소문이 나 있다. 이번 주말쯤 꽃망울을 활짝 틔울 것 같다.

금둔사 인근의 낙안읍성도 순천여행길의 필수코스다.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된 전통민속마을이다. 80여 가구의 주민들이 민박 주막 등을 운영하며 실제 초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질녘 초가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의 마을풍경에 정감이 넘친다. 높이 4m로,1.4㎞가량 둘러쳐져 있는 성곽길을 걷는 느낌이 괜찮다. 매표소쪽 낙풍루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나오는 언덕 위 성곽이 사진포인트.성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간 듯한 느낌이 어떤지 실감할 수 있다.

순천=글·사진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 · 중부고속국도~천안논산고속국도~호남고속국도~남해고속국도~서순천나들목~벌교 방면 22번국

도~순천청암대를 지나자 마자 좌회전~818번 지방도~순천만자연생태관.선암사나 낙안읍성을 가려면 호남고속국도 승주나들목에서 빠지고,송광사는 주암나들목에서 내려선다.

강남터미널에서 오전 6시10분부터 자정까지 하루 24회 순천행 고속버스가 다닌다. 4시간 반 걸린다. 순천행 기차는 용산역에서 탄다. 5시간 소요된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에서 대대포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순천역 관광안내소 앞에서 시티투어버스(061-749-3107)를 탈 수 있다. 에덴의동쪽 드라마촬영장~선암사(송광사)~낙안읍성~순천만 등 순천의 관광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대대포구 대대선창집(061-741-3157)의 짱뚱어탕이 구수하다. 강변 장어구이(061-742-4233)의 장어구이도 별미.연향동 일품매우(061-742-5455)의 매실한우도 알아준다. 신도심지역의 아우디모텔(061-727-4332),장천동의 로얄관광호텔(061-741-7000)등 숙박시설이 많다.

선암사 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061-749-4202)에서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낙안읍성(061-749-03347)에서 짚풀공예,천연염색,한지공예,민속놀이 등의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순천시청 관광진흥과(061)749-3742,www.sunch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