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베트남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베트남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고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직접 뛰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때 직접 전화 교섭을 하는 등 발로 뛴 것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단 이달 초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 뒤 베트남 측의 반응에 따라 총리와 전화 통화나 특사 파견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친서에서 '베트남과 일본 간 원자력협정 체결 교섭을 빨리 시작해 일본 기업이 원활하게 관련 기술을 이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호소할 계획이다.

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등 관련 기업이 해외 원전사업 조사를 전담하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민관 협조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사도 밝히기로 했다.

일본이 수주를 노리고 있는 공사는 베트남 중부 닌투언성 등 두 곳에 원전 4기를 짓는 건설 사업 중 2차 공사다. 1차 공사는 러시아 로사톰사가 사실상 수주했으며,7000억엔(약 9조1000억원) 규모의 두 번째 공사는 러시아와 프랑스 기업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일본 기업이 한국과 러시아에 연패했다는 반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해 말 UAE 원전 공사 수주전에서 한국에 진 데 이어 최근 베트남 원전 1차 공사도 러시아에 내줬다.

신문은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UAE 실력자와 직접 전화 교섭을 하는가 하면 스스로 가격 인하를 지시하는 등 진두지휘했다"며 "때문에 일본 기업들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없이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