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여제가 남긴 세가지 선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밤(미국시간) '피겨 여제' 김연아의 연기를 TV로 시청한 뒤 뉴욕에 있는 딸 첼시와 한참 동안 전화통화를 나눴다. 클린턴 장관은 다음 날 미 국무부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악수를 하자마자 첫 인사말로 김연아를 화두에 올렸다.

김연아가 온통 화제다. '스무살'의 김연아는 금메달은 딴 후 "한국에서 친구들이랑 그냥 평범하게 놀러 다니고 수다도 좀 떨고 싶다"며 평범(?)한 일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가 선보인 7분간의 '살아 숨쉬는 예술작품'(밴쿠버 선)은 심장을 멈춘 채 지켜본 온 국민은 물론 대한민국에 어머어마한 선물을 안겨줬다. 경제력에 비해 디스카운트를 받았던 한국의 국격(國格)을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김연아'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유 장관에게 "(김연아의) 연기가 너무 아름다웠고(magnigicent),그녀는 참으로 각별하다(extraordinary)"는 찬사를 쏟아냈다. 뉴스위크는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은 아마도 깨지기 어려울 것 같고 이제 김연아는 '한국의 여왕'에서 벗어나 '세계인 모두의 여왕'이 됐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28일(한국시간)"세계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연기는 유튜브에서 앞으로 수년 동안 주목받을 것"이라며 "김연아의 나이가 많지 않아 피겨스케이팅에서 그의 돌풍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늘 중국과 일본에 치이던 한국이 경제 및 국제정치적으로 성장해 약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한 단초도 김연아가 제공했다.

김연아의 금메달을 통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는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코트라가 2002 한 · 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1% 높아지면서 12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과 김연아의 지명도 등을 고려하면 김연아의 금메달을 통해 국가 이미지가 0.5%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꿈은 이뤄진다' 바이러스 확산

김연아는 스포츠가 국가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김연아가 '피겨 여제'로 우뚝 선 배경에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더불어 강인한 의지와 꾸준한 훈련이 있었다. 한 번의 완벽한 스핀을 위해 수백 번의 점프도 마다하지 않은 결과다.

김연아는 12년 동안 부상과 좌절을 딛고 열정과 투지로 '불가능에의 도전'에 가까웠던 꿈을 마침내 이뤄냈다. 물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실천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김연아뿐만 아니다. '빙속 3총사'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을 비롯한 1988년 이후 태어난 '88세대'들은 개성 넘치면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