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태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국책은행을 동원해 그리스에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하고,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조만간 독일 베를린과 미국 워싱턴을 잇따라 방문해 정상들과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위기 해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8일 그리스 일간지 타 네아의 보도를 인용,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그리스에 최대 300억유로에 달하는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국영은행인 Kfw를 통해 그리스 국채를 직접 매입하거나 독일 내 다른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서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그리스 정부가 향후 몇 달 안에 220억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해야 하며 국채 발행 등을 통해 300억유로의 추가 자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신 그리스는 약 40억유로에 달하는 재정적자 추가 감축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실사단의 조사 결과 그리스가 지금까지 내놓은 재정감축안으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2.7%인 재정적자 수준을 올해 안에 2%포인트가량 줄이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단 측은 연말까지 4%포인트를 감축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려면 EU가 제시한 데드라인인 오는 16일까지 세금 인상,공공부문 임금 삭감,연금 개혁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오는 5일과 9일 각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개별 면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파판드레우 총리는 아테네에서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을 만나 도이체방크가 15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추가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타 네아는 전했다.

그리스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급락을 거듭하던 유로화 가치는 26일 유로당 1.3625달러로 0.50%가량 상승했다. 그리스 증시도 1.4%가량 올랐다. 그리스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그리스 국채(5년물 기준) CDS(신용부도스와프) 가산금리(프리미엄)는 389.042bp(1bp=0.01%)에서 369.778bp로 20bp가량 떨어졌다. 그리스 부도위험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리스 지원에 대한 독일 국민의 반발이 극심한 데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공공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어 그리스 구제안 채택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가 수주 안에 실행키로 한 10년물 국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약속을 못 지키면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