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대성하려면 천천히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당장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스케이팅에 즐거움을 느끼며 기초를 다져 줘야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남녀 500m 금메달을 석권한 모태범(21)과 이상화(21.이상 한국체대)를 길러낸 전풍성(59)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스케이팅을 가르칠 때는 즐거움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전 코치는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모태범과 이상화의 기초를 탄탄히 가르쳐 오늘의 '올림픽 챔피언'이 되도록 도운 숨은 주역이다.

무엇보다도 당장 어린 선수들의 성적에 연연해 하지 않고 흥미를 먼저 느끼도록 지도해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들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듣는다.

전 코치는 "어린 선수들은 소질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성격도 달라서 습득하는 속도가 다르다.

그런데 당장 성적을 내려고 다그치다 보면 흥미를 잃고 중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록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한계에 부딪히면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흥미를 갖게 하고 기본자세를 잡아주면 처음엔 더뎌 보여도 몸이 크면서 자연히 가속이 붙는다"는 설명이다.

전 코치는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레크리에이션을 곁들여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게 해주고, 많은 대화를 나눠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게 스케이팅에 흥미를 느끼고 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 선수들처럼 좋은 기록을 내는 데 도전하고 싶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 코치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그런 경우였다고 회상했다.

"모태범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상화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저를 찾아왔습니다.

레크리에이션 교육으로 흥미를 느끼고 부모님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졸랐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자세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전 코치 역시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지도했던 건 아니다.

30여년 전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젊은 혈기'에 당장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닦달하며 강훈련을 시키곤 했다.

하지만 오래 코치 생활을 하면서 여러 아이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훈련이 능사는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 코치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3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코치는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스케이트를 탔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중도에 운동을 접어야 했다.

'빙상 가문' 출신인지라 리라초등학교 코치를 맡았던 형(작고)을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30년 넘게 이어졌다.

전 코치는 "선수로서 내가 못 이룬 꿈을 태범이와 상화가 이뤄준 것 같아 대견하고 뿌듯하다.

참 힘든 과정을 겪으며 운동을 했을 텐데, 힘든 과정을 잘 견뎌줘 고맙다"고 어린 제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