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1기 로스쿨생들에 대한 교육이 시작될 때만 해도 실력과 자질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1년의 교육이 끝난 지금 쓸 만한 인재가 많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로스쿨생을 가르치는 법대교수들뿐만 아니라 실무 연수를 진행하면서 이들과 접촉해 봤던 로펌변호사와 판사들까지 칭찬에 가세하고 있다.

◆로펌 "로스쿨생 적극 영입할 것"

대형 로펌들은 로스쿨 출신 영입에 회의적이었다. 로스쿨 학생들의 실력에 확신이 없어서였다. 사법고시 출신들은 평균 6년 이상 체계적으로 법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법시험이란 어려운 관문도 통과해 실력도 검증됐다. 이에 반해 로스쿨의 교육 기간은 3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실무수습을 진행하면서 로스쿨 학생들을 접해본 로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율촌의 공동창업자인 한봉희 변호사는 "비법학 전공자가 법학을 배우기는 쉽지만 법학전공자가 다른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어렵다"며 "법대 출신들이 전문성으로 무장한 로스쿨생들에게 밀릴 것이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재훈 파트너 변호사도 "법률지식과 특화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3세대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라며 "외국어 첨단기술 회계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로스쿨 출신 채용에 대한 로펌 내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의 최환 판사는 "전공과 경험이 다양해 전문분야에서 좋은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적 법대 출신에 뒤지지 않아

비법대 출신 로스쿨 학생들의 성적이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 작년 1학기에는 비법대 출신들의 성적이 대체로 중하위권이었지만 2학기엔 중상위권으로 높아진 학생이 많다. 과목에 따라선 수석을 비법대 출신이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대 로스쿨에선 2학기 민법 모범 답안이 모두 비법대출신 학생의 답안이었다.

연세대 로스쿨의 김종철 교수는 "1학기에는 법학사와 비법학사 간 편차가 있었지만 2학기에는 이런 구분과 관계없이 자신의 성실도에 따라서 성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정승환 교수도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과정에는 논리적 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이과계열 전공 학생들의 성적이 특히 잘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비법대 출신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 로스쿨의 최준선 교수는 "비법대 출신 학생들의 성적은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고,법대 출신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성적을 받는 경향을 보였다"며 "하위권 비법대 출신들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 서보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