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기告訴도 재판 안가고 '형사 조정'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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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 후 2년새 두배나 급증
고소인 동의후 2개월내 처리 '신속'
불필요한 재판 줄어 사법비용 절감
'민사 문제도 형사고소' 남발 우려
고소인 동의후 2개월내 처리 '신속'
불필요한 재판 줄어 사법비용 절감
'민사 문제도 형사고소' 남발 우려
학원강사 최모씨는 2008년 8개월 간 강의한 대가 500만원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지난해 9월 학원장을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재판까지 갈 경우 돈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던 차에 담당 검사가 권유한 형사조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조정위원회에서 학원장은 밀린 임금을 주기로 약속했고,최씨는 두 달 만에 고소를 취하하고 돈을 받았다.
형사조정이 고소사건을 해결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민사처럼 조정이 법으로 정해진 절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용 건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사건 당사자들은 재판까지 가지 않고 조정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형사조정 2년 사이 두배로
1일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조정은 본격 도입된 2007년 7692건이 의뢰된 이후 2008년 1만1496건,2009년 1만6201건으로 2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형사조정 성립률도 2007년 51.0%에서 2008년 51.6%,2009년 52.2%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형사조정은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고 민간 조정위원회에서 화해하는 제도다. 경찰,검사 등 공권력이 아니라 민간 자율로 해결하는 분쟁 조정 절차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자의 징벌에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형사 조정은 피해자의 피해 복구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고소사건과 의료 · 명예훼손 등 민사사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적용된다. 그러나 △피고소인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공소 시효 만료가 임박한 경우 △혐의 또는 무혐의가 명백한 경우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형사조정은 미국이 1969년 처음 도입했으며 2001년에는 유럽연합(EU)이 '형사조정제도 등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해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 등이 시행 중이다. 한국은 2006년 서울남부지검,대전지검,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시범 도입했고 2007년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하고 있다.
◆고소인 동의받아 통상 2개월 내 처리
형사조정 절차는 크게 △검찰 고소사건과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 고소사건에서는 검찰 민원전담관실에서 고소인이 고소장을 제출할 때 조정할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고소인이 조정의사를 밝히면 사건은 주임검사실로 배당된 후 검사가 피고소인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1주일 이내에 조정에 넘길지 결정한다. 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 송치 후 1개월 이내에 고소인뿐만 아니라 피고소인의 동의까지 받아야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
◆고소 남발 우려도
형사조정은 국가적으로 불필요한 재판을 줄여 사법 비용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형사조정으로 검찰 행정비와 인건비 등만 7억5000만원 이상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형사조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형사조정이 활성화될수록 민사로 해결할 문제를 굳이 형사고소로 끌고 오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고소 남발을 막는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사고소 건수는 2007년 40만1725건,2008년 44만962건,지난해 46만7204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