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8)이 미국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00만달러)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 US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첫 '톱10' 진입으로,이번 주 열리는 혼다클래식 타이틀 방어에도 청신호를 켰다.

양용은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 · 길이 721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6언더파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0타(66 · 70 · 69 · 65)로 우승자 헌터 메이헌(27 · 미국)에게 2타 뒤진 단독 3위다.

양용은이 3위에 오른 것은 근 7개월 만이다. 양용은은 지난해 8월 타이거 우즈를 꺾고 메이저챔피언이 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US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올시즌 5개를 포함,투어 10개 대회에 나갔으나 10위안에 이름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용은은 이로써 4일 밤 개막하는 혼다클래식에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양용은은 지난해 혼다클래식에서 투어 첫승을 올렸다.

3라운드까지 공동 23위였던 양용은은 최종일 메이저챔피언의 저력을 보였다. 보기는 1개에 그쳤고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묶어 데일리 베스트인 65타를 기록했다. 10번홀(길이 403야드)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진 뒤 110야드를 남기고 시도한 세컨드샷이 곧바로 홀로 들어가 2타(이글)로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서는 12~15번홀 4연속 버디로 선두에 나서기도 했으나 짧은 파4홀인 17번홀(길이 332야드)에서 그린을 향해 친 드라이버샷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보기로 홀아웃하며 연장전 돌입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양용은은 생일이 음력으로 대보름날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8일이지만,현지 기준으로는 1일이 생일인 셈.양용은은 3라운드 후 절친한 친구 박경구 프로와의 통화에서 "내일은 내 생일이니까 한번 날아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선두와 간격(6타)이 커 역전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약속은 지킨 셈.양용은의 매니저인 박철준 IMG 팀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감기몸살을 앓아 2라운드를 끝내고 기권도 생각했을 정도"라며 "감기 때문에 힘을 빼고 쳐서 잘된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으면 이번 주 혼다클래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헌은 3,4라운드 36홀 동안 '노 보기' 플레이를 펼친 끝에 2007년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 이어 투어 2승째를 올렸다. 우승상금은 108만달러(약 12억5000만원).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