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이 중국과 일본을 이기는 길은 '스피드'다.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i매뉴팩처링은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신속히 해결하고 납기를 단축시키는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피드를 기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6일 본사 편집국에서 최근 연재된 '강소기업의 길,i매뉴팩처링' 관련 좌담회를 가졌다.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국장),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이경재 삼진엘앤디 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금형 등 일부 분야에만 치우쳐 있는 i매뉴팩처링을 다양한 업종에 확대 적용하고 부족한 엔지니어링(제작)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i매뉴팩처링 사업의 취지를 설명해달라.

▼나경환 원장=중소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강점을 갖는 IT와 제조업을 결합해 생산성을 혁신하자는 취지다.

▼사회=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태희 국장=2005년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600여개 기업이 i매뉴팩처링을 도입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i매뉴팩처링 적용 대상은 주로 금형과 자동차부품 쪽에 한정돼 있다. 다른 업종으로의 확산에 주력해 i매뉴팩처링이 '제조강국 한국'을 일으키는 데 주역이 됐다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

▼사회='도요타 사태'는 생산기술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우 국장=제조업이 중요한데 3D(Dirty,Difficult,Dangerous) 취급을 받고 있다. 조만간 관련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너무 비용을 줄이다 보니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i매뉴팩처링은 업체 간 협업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품질관리까지 가능하다.

▼사회=i매뉴팩처링이 생산현장에선 어떤 도움이 되나.

▼이경재 대표=금형 제작 때 설계 내용이 바뀌면 곧바로 담당자 휴대폰에 통보되고 컴퓨터 모니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슨 일이 필요한지 재빨리 파악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이 중국의 저가공세와 일본의 기술력을 이기는 방법은 이런 스피드다. i매뉴팩처링은 스피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미국에선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클린턴 대통령 때 '넥스트(Next) 제조업'이란 말이 나왔다. 3D 업종을 '스마트'하게 바꾸자는 얘기다. '스마트 매뉴팩처링'이란 용어를 써서 제조혁신의 큰 그림을 그리면 어떤가.

▼우 국장=시의적절한 얘기다.

▼나 원장=녹색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그린 매뉴팩처링' 전략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설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별도로 사이버설계센터 등에서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스마트 매뉴팩처링'으로 통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사회=정부에 건의할 사항은.

▼이 대표=부품 표준화가 시급하다. 표준화가 안 되면 나중에 조립했을 때 미묘한 품질 차이가 난다. i매뉴팩처링 시스템에서 '풀 3D(3차원)' 설계 소프트웨어가 지원되지 않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예산도 충분해야 한다.

▼나 원장=생산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는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분야는 열악하다.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중국은 '카피(불법복제물) 천국'이지만 역설적으로 학생들이 싼값에 설계도면을 구해 공부할 수 있고 덕분에 현장 적응에 유리하다. 반면 우리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정부가 중소기업에 석 · 박사급 인력 파견을 추진하는데 i매뉴팩처링 분야부터 적용하면 어떤가.

▼우 국장=좋은 지적이다. 인력문제는 올해 경제정책에서 최우선 사항이다. 오늘 좌담의 핵심은 '3S',즉 스마트(Smart) 스피드(Speed) 표준화(Standardization)같다. 중소기업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값싸게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과 학생용 설계도면을 값싸게 보급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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