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쏘나타, 서울시 '해치택시'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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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중형세단 'NF쏘나타'가 서울시의 '꽃담황토색' 택시로 명맥을 잇게 된다. '해치택시'라고 불리는 이 특이한 색상의 택시를 두고 국내 완성차업계와 서울시는 그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현대차가 생산한 '꽃담황토색' NF쏘나타 택시 시제품의 품평회를 진행했으며, 이달 초부터 이 택시가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꽃담황토색'이란 경복궁 자경전 담벼락 황토색의 본을 떠 만든 색상으로,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 10대 대표색'중 하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미국 뉴욕시의 '옐로우 캡'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택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일명 '해치택시'에 이 색상을 적용해 서울을 대표하는 택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선보인 꽃담황토색 택시는 현대차와 서울시 디자인·색상 전문가들의 검토과정을 거쳐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생산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까지 NF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꽃담황토색 택시의 시제품 20대를 생산했으며,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 이달 말부터는 '신형 쏘나타(YF)'의 꽃담황토색 택시도 본격 생산하며, 기아차도 이달 중순부터 같은 색상의 택시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자동차업계는 서울시의 '해치택시' 특정 색상 요구에 대해 생산라인 조정과 색상개발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 왔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특정한 색상으로 택시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월 21일 택시운송사업조합에 '2월 1일부터는 꽃담황토색 해치택시가 아닌 택시는 등록될 수 없다'고 통보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그리고는 단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꿔 지난달 1일 25개 자치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입힌 해치택시 출고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꽃담황토색 택시 이외의 차량도 등록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입장 번복은 '해치택시' 추진 강경 노선이 GM대우, 르노삼성 등 자동차 생산라인의 규모가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적은 수준인 완성차업체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서울시의 요청대로 꽃담황토색 해치택시를 생산할 경우 설비 확충에 만만찮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점에 부담을 느껴왔다. 이 같은 부담은 생산업체 뿐만 아니라 택시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약 6~7년에 걸쳐 모범택시와 대형택시를 제외한 서울시내 모든 일반 택시를 꽃담황토색으로 바꾸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