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의 인사와 조직개편은 거래소 개혁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방만 경영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내고 확 달라진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밑그림을 이달 말께 마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57 · 사진)은 지난 주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래소에 대한 외부의 곱지 않은 시각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사상 첫 경선을 통해 지난해 말 취임한 김 이사장은 키움증권 대표를 3연임하면서 온라인 매매시장 1위로 키운 경험과 도전의식을 바탕으로 거래소의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첫 작품인 과감한 인사 · 조직개편은 앞으로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임원 절반을 교체했고 부서장과 팀장 등 중간관리자의 40%를 물갈이했다. 또한 과장급 13명을 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특히 부서장과 팀장이 함께 일할 직원을 직접 고르는 '드래프트제'를 도입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5개 부와 15개 팀을 줄이고 정원을 10% 축소하는 등 조직 슬림화도 잇달아 단행했다.

그는 "개혁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 거래소 직원,상장사와 증권사 대표,대학교수 등 외부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개혁추진단을 최근 발족했다"고 소개했다. 이 개혁추진단에서 이르면 이달 말 개혁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오는 4월부터 대내외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 부문별로 세부 과제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거래소가 권위를 갖되 권위의식은 남김없이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상장과 퇴출 심사,불공정거래 감시,공시감독 등 본연의 업무는 오히려 이전보다 권위를 갖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권위적인 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33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으면서 거래소의 서비스 의식 부족을 체감한 데서 나온 문제 제기다.

김 이사장은 "예컨대 거래소가 최신 매매시스템을 가동하겠다면서 관련 비용을 결정한 과정이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고 회원사인 증권사별로 분담해야 할 몫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권위적인 태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제도를 시행할 때 회원사가 조금만 실수를 하면 1차 경고 같은 절차도 없이 기계적으로 제재만 가하는 것도 권위적인 사고의 산물"이라며 "이 같은 자세에서 벗어나야 거래소가 산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거래소 개혁의 방향을 △경영 효율화 △고객서비스 강화 △사회적 책임 제고 △국제화 지속 등 4가지로 제시했다. 경영 효율화 작업은 연중 지속적으로 추진하고,고객중심 경영을 위해 부서별로 회원사의 불만사항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보완할 방침이다.

그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공익적인 역할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며 "우선 부산 본사의 보육시설을 주변 회사의 '워킹맘'에게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경제 지식을 높여주기 위한 교육사업도 구상 중이다.

해외사업 강화도 거래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제조업처럼 금융투자 산업도 해외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며 "지난해 베트남 증시의 차세대시스템 수주를 성공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남미와 중앙아시아 증시에 대한 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거래소는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증시를 개설하기 위해 해당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경영성과 달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사장과 본부장,본부장과 본부장보 사이에 각각 경영목표 달성을 약속하고 '직무청렴 계약서'에 서명했다. 김 이사장은 "임직원 모두 개혁이란 큰 과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 협약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며 "조직원 스스로가 거래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박해영/사진=양윤모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