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연지동 시대'를 열었다. 서울 종로 계동 사옥을 매각한 지 근 10년 만에 새사옥을 마련,숙원(宿願)을 이뤘다.

금융 관련 회사를 제외한 현대 전 계열사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빌딩에 입주해 2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유엔아이 현대투자네트워크 등은 이미 입주했으며,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오는 7일까지 이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만 여의도에 남고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연지동에 모인다.

새 둥지는 부지 1만1078㎡(3400여평)에 동관 12층,서관 15층의 2개동으로 구성됐다. 건물 면적은 5만2470㎡(1만6000여평)규모다. 현대는 2008년 11월 1980억원에 이 빌딩을 매입해 첨단 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동관에는 전략기획본부를 포함한 그룹 조직과 상선(기획,관리 관련 부서),엘리베이터,유엔아이,투자네트워크 등이 이전한다. 서관에는 상선 영업 관련 부서와 택배,아산,경제연구원 등이 들어선다.

현대는 동관 2층에 120석 규모의 대형 고객접견실을 따로 마련했다. 외부 방문객과 회의를 하거나 고객의 휴식 장소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고객접견실에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전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코너도 마련했다. 내부 벽면에 두 선대 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과 현대의 창업 및 발전과정,업적,어록 등을 그래픽 기법으로 디자인해 새겨 넣었다. 동관에는 수유실 등 '모성 보호실'을 설치했다.

현대는 그동안 여러 빌딩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그룹 경영체제를 꾸려 왔다. 2001년 유동성 위기로 당시 현대자동차에 계동 사옥을 매각하고,같은 시기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마저 해외에 판 뒤 적선동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 현대는 이번 사옥 마련을 계기로 전 계열사별 통합 경영을 강화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그룹 관계자는 "새 사옥은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임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흩어졌던 계열사들이 한 곳에서 힘을 모으면,시너지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