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3 · 1절 기념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만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세종시 문제가 계속 흐지부지하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진 발언이고 보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세종시 수정안 관철(貫徹)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또 충분히 이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커다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만일의 경우 국민투표로 돌파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란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만 반복되고 있는 정치권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투표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카드임이 분명하다. 실제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에서 이를 중요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이 국민투표를 공론화할 만한 시점인지에 대해선 고려해봐야 할 점이 많다. 여당이 계파 싸움에 골몰하느라 충분한 논의도 못한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이 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더구나 실제 투표가 실시된다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국론 분열과 지역 간 대립 등 심각한 후유증도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투표를 거론하기보다는 여권 내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더욱 심도있게 기울여야 할 때다. 계파의 이해를 떠나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열린 마음으로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의원총회에 이어 중진협의체를 구성한 만큼 될수록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이다. 그런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국민들도 원안과 수정안의 장단점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국민투표를 실시해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강조한 국민통합과 화합을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