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시장에는 젊고 유능한 리더(조직책임자)가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불황에서 호황으로 바뀌는 시점은 한국 인재들에게도 큰 기회의 시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글로벌 헤드헌팅업체 콘페리인터내셔널의 브래드 마리온 자동차부문 최고책임자(사진)는 세계 헤드헌팅 시장 동향에 대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이 규모를 줄이면서 기존 리더들을 퇴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호황기를 대비해 다시 조직을 늘려야 하지만 새 사업에 필요한 적임자가 부족한 수요 초과 상태"라며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는 인재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돌아보고 있는 마리온 최고책임자에게 아시아 지역의 인재 수요에 대해 물었다. 그는 "중국은 중간 관리자 이하 단계에서는 좋은 인재가 많지만 CEO급에는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인재들은 비전 수립이나 전략 기술,고급 매니지먼트 등에 대한 숙련이 덜 된 상태에서 배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 속도에 비해 좋은 인재가 배출되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마리온 최고책임자는 이런 이유로 "당분간 인도가 중국보다 전 세계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영어 사용 국가인 데다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많은 노하우가 쌓여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리더십 체제에 대해 쓴소리도 내놨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현지인을 중용하지 않고 한국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는 해외 현지법인 운영 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다. 한국 인재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지만,결국 기업의 글로벌 성장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경고다. 마리온 최고책임자는 "뭄바이와 모스크바의 시장 조건은 180도 다르다"며 "해외 인재를 현지법인 대표로 임명해 현지에 많은 권한을 주고 본사와 적극 소통하게 해야 회사의 글로벌 성장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제2의 도요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중앙통제형 리더십 구조 때문"이라며 "도요타 미국지사에는 판매 담당과 생산 담당 등은 있지만 전체 총괄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마리온 최고책임자는 앞으로 한국이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모델을 지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한국이 지금처럼 좋은 기회를 가진 적은 없었다"며 "도요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리더십 구조를 재편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글=이상은/사진=강은구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