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동안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밴쿠버동계올림픽이 1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은 빙상,알파인스키,봅슬레이 등 5개 종목에 46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다인 14개의 메달(금6,은6,동2)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5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4년 후 소치(러시아) 동계올림픽에서도 '밴쿠버 감동'을 재현하고 8년 후 사상 첫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년 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때부터 준비해온 것들이 밴쿠버에서 성과로 나타났다"는 박성인 한국선수단장의 말처럼 지금부터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준비해야 4년,8년 후 과실을 딸 수 있다.

"만원버스같은 스키장서 훈련…" 雪上종목도 체계적 지원해야
◆썰매종목,국내 경기장 '전무'


강광배(37 · 강원도청)가 이끄는 한국 봅슬레이팀은 이번 대회에서 19위에 올랐다. 첫 올림픽 도전에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해 거둔 것이기에 '기적'에 가깝다. 루지,스켈레톤 등 올림픽 썰매종목은 국내에 경기장이 없는 것은 물론 훈련할 시설조차 변변치 않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전에 부랴부랴 시가 1억여원짜리 중고 봅슬레이를 구입했다. 그 전까진 썰매를 빌려 국제대회에 나갔다. 봅슬레이 새것은 2억원을 웃돈다. 선수층도 얇다. 막내로 참가한 김동현(23 · 연세대)은 지난해 일반인 모집 케이스로 대표에 뽑혔고 김정수(29 · 강원도청) 이진희(26 · 강릉대)도 봅슬레이를 시작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아 외국 선수에 비하면 초보에 가깝다. 경기장 및 장비지원과 저변확대가 급선무다.

◆설상종목,여전히 세계의 벽 높아

설상종목은 이번에도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 등 6개 종목에 12명의 선수가 출전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했다. 설상종목 중 스키점프 김기현(27 · 하이원)의 노먼힐 40위가 최고 성적이다. 알파인스키 등은 그래도 국내에 스키장이 있어 훈련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전용 훈련장이 없어 일반 스키 애용자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 스키점프는 더 열악하다. 최근 스키점프장이 생겼지만 점프대에 인공 눈을 뿌리고 유지하는 데만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주로 여름에 물을 뿌려가며 연습할 정도다.


◆빙상 쾌거 계속될 수 있을까?

국내 빙상시설을 보면 이번 대회 성적이 1회성 '어닝 서프라이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500m를 석권했지만 국제규격 경기장은 태릉스케이트장 한 곳뿐이다. 그마저 빙질이 좋지 않다. 빙판의 얼음 상태를 유지하면서 실내 온도를 15도로 올리는 비용이 하루 1000만원 이상 들어 선수들은 항상 실외나 다름없는 영하의 온도에서 훈련을 하곤 했다. 빙상계에선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한 것이 빙질이 최악인 밴쿠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 비결"이라는 역설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전용 링크는 아예 없다. 쇼트트랙이나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같이 사용한다. 빙질 상태에 민감한 피겨 선수들은 부상 위험을 안고 연습하고 있다. 효자 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의 경우는 '파벌 싸움'으로 인해 팀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자팀 '노 골드'에서 볼 수 있듯 쇼트트랙은 더 이상 한국의 '메달밭'이 아니다. 경기력 향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4년 후에는 '노 메달'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편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만원버스같은 스키장에서 무슨 훈련을 하겠는가. 이참에 동계스포츠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