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집중적으로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감사 자리를 잇따라 꿰차고 있다. 감사원 등 다른 정부 부처 관료나 정치권 인사들도 암암리에 금융권과 공기업으로 들어가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신임 감사로 정민주 전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을 선임했다. 오는 9일 예정된 하나은행 이사회에서는 후임 감사로 금감원 국장 출신인 조선호 신용회복위원회 국장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제일화재와 합병한 한화손해보험 주총에서는 이성조 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선임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증권사 등 2금융권에도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한국,서울,솔로몬,신민,푸른저축은행 등 상당수 저축은행에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나 사외이사로 진출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작년 8월 신임 회장에 주용식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을 선출했으며 부회장에는 이용찬 전 금감원 상호금융서비스국장을 선임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상반기 삼성증권과 하나대투,KTB,유진,NH,동부,현대,신영,HMC투자증권 등 증권회사들의 감사에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

은행권에선 국민,신한,씨티,SC제일은행,대구,전북은행 등에 금감원 출신 감사가 내려가 있다.

낙하산 문제가 심각한 것은 금융사와 유착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선임된 감사들은 금감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 업무의 특성상 금감원이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고 금융권은 '전관'을 '바람막이'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연례행사처럼 재취업자 목록을 작성해 중점 감찰 대상으로 선정하고 금융회사에 감사공모제 도입을 권고하는 등 '재취업 관련 운영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낙하산 인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20명이 금융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평균 재취업자 수인 16.5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