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성공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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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子貢)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보석이 있습니다.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작은 상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팔라 정말 팔라,나는 팔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 공자는 이렇게 평생 자신을 알아줄 통치자를 찾아 헤맸지만 끝내 이렇다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능력에 상관없이 기회를 못얻은 사람이 공자뿐이랴.그런가 하면 기회를 얻어 최고의 자리에 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끝모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일도 적지 않다. 랜스 암스트롱은 22살의 나이로 세계 사이클대회에서 우승한 뒤 생존확률 3%라는 암 진단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빌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 시절,섹스 스캔들로 인해 전 세계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HP(휴렛 팩커드) 회장이던 칼리 피오리나는 이사회에서 해고된 뒤 이임식은커녕 임직원과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것도 슬프겠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던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더욱 견디기 힘들 것이다. 달라진 눈초리와 수군거림을 외면하기도 어려운데 자나깨나 자신을 찾던 이들이 고개를 돌리는 걸 보노라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공자는 그 옛날 70살까지 살았고,암스트롱은 수술 후 재기해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대업적을 이뤘다. 잡스는 아이팟에 이은 아이폰 신화를 만들었고,피오리나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즐긴다. 클린턴 역시 아내를 외조하는 동시에 민간 외교관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올 들어 유명기업 임원,물리학자,의대 교수 등 제 분야에서 충분히 성공했거나 능력을 인정받던 이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힘들다"는 유서로 봐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겪었을 괴로움이 얼마나 컸을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좌절이 더 컸을지 모른다.
효율만 강조하는 경쟁사회의 그늘이다,유명인일수록 우울증 치료에 소극적이어서 그렇다 등 해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경쟁 없는 사회는 없고 영원한 1등도 없다. 벼랑 끝에 서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의 저자 로저 로젠블라트의 조언은 참고가 될 만하다. '그까짓 것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너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두라,자기반성은 적당히 해야 한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능력에 상관없이 기회를 못얻은 사람이 공자뿐이랴.그런가 하면 기회를 얻어 최고의 자리에 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끝모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일도 적지 않다. 랜스 암스트롱은 22살의 나이로 세계 사이클대회에서 우승한 뒤 생존확률 3%라는 암 진단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빌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 시절,섹스 스캔들로 인해 전 세계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HP(휴렛 팩커드) 회장이던 칼리 피오리나는 이사회에서 해고된 뒤 이임식은커녕 임직원과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것도 슬프겠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던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더욱 견디기 힘들 것이다. 달라진 눈초리와 수군거림을 외면하기도 어려운데 자나깨나 자신을 찾던 이들이 고개를 돌리는 걸 보노라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공자는 그 옛날 70살까지 살았고,암스트롱은 수술 후 재기해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대업적을 이뤘다. 잡스는 아이팟에 이은 아이폰 신화를 만들었고,피오리나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즐긴다. 클린턴 역시 아내를 외조하는 동시에 민간 외교관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올 들어 유명기업 임원,물리학자,의대 교수 등 제 분야에서 충분히 성공했거나 능력을 인정받던 이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힘들다"는 유서로 봐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겪었을 괴로움이 얼마나 컸을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좌절이 더 컸을지 모른다.
효율만 강조하는 경쟁사회의 그늘이다,유명인일수록 우울증 치료에 소극적이어서 그렇다 등 해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경쟁 없는 사회는 없고 영원한 1등도 없다. 벼랑 끝에 서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의 저자 로저 로젠블라트의 조언은 참고가 될 만하다. '그까짓 것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너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두라,자기반성은 적당히 해야 한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