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역(逆)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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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기후가 온화하고 심한 더위가 없으므로 각인(各人)의 기질에 합당하다. 월급은 15달러,하루 일하는 시간은 10시간….'인력이 달려 어려움을 겪던 하와이 사탕수수재배자협회가 한국인 이민자를 모집하기 위해 1902년 낸 공고문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탓에 초기 모집실적은 미미했으나 기근이 계속되면서 지원자가 하나둘씩 생겼다. 1903년 1월13일 남자 55명,여자 21명,어린이 25명 등 101명의 이민자가 호놀룰루항에 도착했고,안질에 걸린 4명을 제외한 97명이 남았다. 미국 이민 1세대들이다.
'멕시코 일꾼 모집 광고'를 보고 1033명의 이민자가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배에 오른 때는 1905년이다. 40여일 동안 거친 파도에 시달린 끝에 멕시코 남동쪽 유카탄 반도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에네켄(용설란의 일종) 농장 20여곳으로 팔려갔다. 이들은 전갈이 우글거리는 농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에네켄 잎을 땄다. 도망가다 잡히면 물에 적신 로프로 심하게 맞거나 발목이 잘리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인들의 만행을 피해서,또는 먹고살 길을 찾아 만주나 연해주로 줄지어 떠났다. 해방 이후에는 보다 나은 일자리와 배울 기회를 찾기 위한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민지역도 세계 전역으로 확대됐다. 2009년 말 현재 재외동포 수는 176개국 682만여명(외교통상부)에 이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직업형 이민은 한풀 꺾인 반면 교육이민 환경이민이 많아지더니 이젠 그마저도 시들해지는 모양이다. 이민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역(逆)이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영구 귀국을 신고한 사람은 전년보다 14.3% 증가한 4301명에 달했다. 최근 12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대신 1970~1980년대 한 해 3만~4만명이나 됐던 해외이주자는 2009년에 1153명(외국거주 중 현지 영주권 취득자 제외)으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국내 경제사정이나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역이민자들 중 다시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집값이 비싸고 교육비가 많이 드는데다 쉴 새 없이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탓이다. 따뜻하게 품어줄 조국을 그리며 돌아왔으나 과거와는 판이한 삶의 방식이 그들을 다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역이민자들의 풍부한 국제경험을 '자원'으로 활용해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멕시코 일꾼 모집 광고'를 보고 1033명의 이민자가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배에 오른 때는 1905년이다. 40여일 동안 거친 파도에 시달린 끝에 멕시코 남동쪽 유카탄 반도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에네켄(용설란의 일종) 농장 20여곳으로 팔려갔다. 이들은 전갈이 우글거리는 농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에네켄 잎을 땄다. 도망가다 잡히면 물에 적신 로프로 심하게 맞거나 발목이 잘리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인들의 만행을 피해서,또는 먹고살 길을 찾아 만주나 연해주로 줄지어 떠났다. 해방 이후에는 보다 나은 일자리와 배울 기회를 찾기 위한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민지역도 세계 전역으로 확대됐다. 2009년 말 현재 재외동포 수는 176개국 682만여명(외교통상부)에 이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직업형 이민은 한풀 꺾인 반면 교육이민 환경이민이 많아지더니 이젠 그마저도 시들해지는 모양이다. 이민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역(逆)이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영구 귀국을 신고한 사람은 전년보다 14.3% 증가한 4301명에 달했다. 최근 12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대신 1970~1980년대 한 해 3만~4만명이나 됐던 해외이주자는 2009년에 1153명(외국거주 중 현지 영주권 취득자 제외)으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국내 경제사정이나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역이민자들 중 다시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집값이 비싸고 교육비가 많이 드는데다 쉴 새 없이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탓이다. 따뜻하게 품어줄 조국을 그리며 돌아왔으나 과거와는 판이한 삶의 방식이 그들을 다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역이민자들의 풍부한 국제경험을 '자원'으로 활용해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