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미술계에도 자신의 작품이나 소장품을 국공립 미술관에 기증하는 '아트 셰어링(예술 나눔)'이 늘고 있다.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를 비롯해 박명자 갤러리 현대 회장,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손석주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원로 화가 이종상 천경자 김흥수씨 등이 작품 기증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작품 구입 예산이 부족한 미술관은 다양한 작품을 소장할 수 있고 관람객은 보고 싶은 그림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미술계의 새로운 '나눔 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6553점의 절반에 가까운 2977점과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2807점 중 30%인 945점이 기증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줄잇는 아트셰어링=신옥진 공간화랑 대표는 35년 동안 모은 작품 640여점을 1998년 이후 10여년간 부산시립미술관(350여점)과 경남도립미술관(200점),밀양박물관(100점),전혁림미술관(12점),박수근미술관(10점) 등에 기증해 미술품 기부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중에는 박수근 장욱진 박고석 이우환 위트릴로 블라맹크 피카소 샤갈 등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지난달부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옥진 컬렉션-일본 근현대미술'전도 그가 기증한 일본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50여점으로 꾸몄다.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회장도 공동체 문화 발전을 위해 미술품 기증에 동참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4년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이중섭 도상봉 박항섭 황용엽 박서보 백남준 등 한국 근현대 작가 38명의 작품 54점을 기증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박수근미술관에 박 화백의 1962년 작 '굴비'(3호),1950년대 드로잉 '독장수''시장' 등 55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 회장은 2001년 민중미술 작품 200여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데 이어 이중섭미술관에 이중섭의 원화 · 드로잉 등 8점을 내놨다.

화가들의 작품 기증도 줄을 잇고 있다. 화단의 원로 김흥수 화백은 800호 크기 '사랑을 온 세상'과 '아침의 나라 우리나라''잉태' 등 70억원 상당의 작품 20점을 제주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박노수 · 권영우 화백은 서울시립미술관,김형수 화백은 광주시립미술관에 작품을 내놓았다.

예술원 회원인 이종상 화백은 50년간 작업한 작품 1000여점을 인천시에 기증할 계획이다. 인기 작가 천경자 화백은 서울시립미술관에 93점을 내놓은 데 이어 이르면 내년 말 개관 예정인 전남 고흥의 '천경자 미술관'에 1000여점을 추가로 보낼 방침이다. 장두건 화백도 오는 9~10월 문을 여는 포항시립미술관에 30여점을 기증하며 개관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과제와 전망=무엇보다 제도를 개선해 기업의 상시 기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 대표는 "나눔의 미술 문화가 우리 화단의 버팀목이 되도록 전문가들이 토대를 만들어 기부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도 "미국 미술관은 컬렉션의 80%가 기증품이고,특히 걸작은 대부분 명망있는 기업가들이 흔쾌히 기증한 것"이라며 "개인보다는 기업들의 미술품 기증문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품 기부액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해 감세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는 개인의 경우 전체 소득금액의 20%,기업(법인세)은 기부액의 5%만 인정해주고 있다. 박명자 갤러리 현대 회장 는 "미국은 1917년부터 미술품 기부액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법률을 시행함으로써 현대미술의 주도권도 확보했다"며 "미술품 기부에 대한 세금 공제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