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년)의 조각 '걷는 사람Ⅰ'을 사들인 미술 애호가는 누구일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백만장자 리리 사프라(72 · 사진)가 지난달 3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자코메티의 1960년대 조각을 6500만1250파운드(수수료 포함 약 1197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태생의 자선 사업가 사프라는 1999년 모나코 자택에서 사망한 레바논 출신 스위스 은행가 고 에드몬드 사프라의 미망인이다.

그녀는 파킨스씨병의 연구지원을 위해 1977년에 설립된 자선 단체 에드몬드 사프라 재단과 국제 유대인 교육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서머셋 하우스 아트펀드,유대인 문화유산 박물관,이스라엘 자선 오케스트라 등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재산은 약 10억달러.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부자 랭킹 701위에 올랐다. 사프라는 남편이 사망한 뒤 모나코,제네바,뉴욕 등의 부동산을 관리해오다 최근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프라는 2008년 8월 프랑스 남부 고급 휴양지 리비에라 해안의 코트 다쥐르에 있는 벨기에 레오폴드 2세의 여름 별장 '빌라 레오폴다'를 약 7620억원에 러시아 금속 재벌 프로호로프에게 팔아 넘겼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 맨해튼 5번가 12층 짜리 아파트 건물을 세계 유력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에게 약 4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네 번의 결혼과 두 남편의 죽음을 겪었다.

17세에 아르헨티나 양말업계 거물인 첫 남편과 결혼한 사프라는 1960년대 초 이혼한 후 1965년 브라질 가정용품 유통업자와 재혼했다. 하지만 1969년 남편의 자살로 홀로 됐다.

1972년에 다시 사업가와 세 번째 결혼을 했지만 1년 만에 불화로 헤어졌다. 1976년 레바논 출신 은행가 에드몬드 사프라와 네 번째 결혼한 그녀는 1999년 아파트 화재 사고로 남편을 잃어 다시 혼자가 됐다.

그녀와 에드몬드 사프라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