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발행 1년 만에 회사가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떨어졌는데 채권발행을 승인한 금융감독원은 책임이 없다고 하네요. "

지난해 12월 말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전북 전일저축은행의 고액 예금주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무성의한 사태수습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전일은 지난달로 2개월에 걸친 자체 정상화 기간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파산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이 경우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넘게 예금했거나 후순위채를 매입한 투자자 3576명이 688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들은 금감원이 경영감시를 소홀히 한 책임은 뒤로 한 채 모든 손실을 예금주의 무지로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지난해 3월 자본잠식 상태였던 전일이 연 6%대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예금을 끌어모을 때 금감원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해 말 영업정지 이전에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며 감독당국의 사전정보 유출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일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매입해 투자원금 162억원 전액을 날리게 된 183명도 금융당국의 무능력을 질타했다. 전일은 금감원의 승인을 얻어 2004년부터 6차례에 걸쳐 192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이 중 162억원어치가 상환되지 않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법적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상품인 후순위채를 겁없이 사들인 투자자 책임이지만 자본보강이라는 명목에 빠져 채권만기 이전에 파산할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고 발행을 승인한 금융당국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 전일은 2006년 12월 50억원 한도로 만기 5년6개월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뒤 1년 후 자기자본비율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3.50%로 급락했다.

금감원은 지난 2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부실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검찰에 통보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에서 손을 떼고 있다. 10여명의 현지 조사단도 이미 철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피해구제를 위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