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관리공단 노조위원장이 전임자 지위를 포기하고 현장 복귀를 선언했다. 민간 기업이 아닌 공기업에서 노조위원장이 전임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는 처음이어서 다른 공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2일 박철량 노조위원장(사진)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전임자 지위를 포기하고 일선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임기를 1년7개월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는 이날 총회에서 "오는 12월까지 단체협약이 유효해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 적용을 미룰 수도 있지만 정원 조정에 따른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과 관계없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공기업 노조는 민간 기업과 달리 국민들이 평가하는 만큼 (위원장이 전임을 하면서까지) 정치적 활동이나 대외 집회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업이 국민들한테 '철밥통' 소리를 듣는 것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라며 "욕심만 부리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단 노조는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임금 인상을 회사 측에 위임하는 내용의 노사 공동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전임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노조 활동은 계속하겠지만 지금은 임금 때문에 싸울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위기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공기업 노조가 임금 때문에 싸우는 것은 좋게 비쳐지기 힘들다"며 "노조가 먼저 양보하면 사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원래 일했던 정책지원실 융자사업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곳은 폐광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는 "작년에 11명이 공단을 나갔는데 아직 충원이 되지 않아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노조위원장이 일터로 복귀하는 것은 노조와 회사를 위해 진정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광산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를 막는 사업을 하는 공기업으로 전 직원은 194명,노조원은 150여명이다. 1987년 석탄합리화사업단으로 설립돼 2008년 6월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민간기업으로는 경기도 화성 제약공단에 있는 명문제약 등 일부 기업에서 노조위원장이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