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체의 움직임을 감지,채널과 볼륨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리모컨 대체 기술을 내놓는다. 3D(3차원) TV에 이 기능을 적용하면 허공에서 손을 놀리며 입체 영상을 조작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장면이 현실로 바뀌게 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리모컨 없이 기기를 작동하는 인식기술을 상용화하는 임무를 맡은 TFT(태스크포스팀)를 가동했다. TFT가 꾸려진 후 1년가량 뒤 실제 제품이 나오는 전례를 감안할 때 이르면 연내에 리모컨 없이 동작 인식만으로 작동하는 TV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동작인식 기술을 연구,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3년 전이다.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방식,리모컨 없이 동작인식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방식 모두 기본적인 연구가 마무리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TFT는 미래 양산 제품에 어떤 기능을 담을지를 테스트하게 된다. 리모컨을 아예 없앨지 여부와 출시 시기 등은 시장 상황을 봐서 결정할 계획이다.

관절의 움직임을 읽는 기술은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선두주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E3'에서 인간의 48개 관절 움직임을 적외선 카메라로 인식,게임에 활용하는 '나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연말께 이 기능을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은 이미 대중화됐다. 닌텐도와 LG전자는 각각 게임기와 TV 리모컨에 이 기술을 적용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20만대가량의 프리미엄급 TV에 동작인식 기능을 갖춘 '매직 리모컨'을 번들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동작인식 기술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 기술을 적용,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원어민 교사를 고용하느라 비싼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학생들의 혀와 턱 관절의 움직임을 인식,잘못된 발음을 교정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나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포츠 교육용 프로그램도 등장할 수 있다.

집안 곳곳에 동작 인식 센서를 설치하면 각종 디지털 기기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 컴퓨터 조작용 기기인 마우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동작 인식 기술을 컴퓨터에 적용하면 손가락으로 아이콘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손의 움직임을 읽는 동작 인식 기술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3D TV와 같은 3차원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며 "3D TV가 얼마나 빨리 대중화되느냐에 따라 동작인식 기술의 발전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