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증시가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산뜻하게 출발했다. 외국인은 2일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421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지수를 3거래일 만에 1600선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CS증권 창구를 중심으로 선물가격 변화와 무관한 비차익 프로그램 거래 방식의 매수가 2122억원 유입돼 관심을 끌었다. 비차익 매수란 15개 이상의 종목을 묶어 한번에 사들이는 것으로,주로 새로 펀드를 만드는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이용하는 거래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지원으로 유럽발 악재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며 한국 투자 비중이 낮은 일부 외국인이 우량주들을 적극 사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 순매수의 지속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어서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그리스 리스크' 줄자 외국인 들어와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업종(910억원)을 비롯해 건설 화학 운수창고 은행 등을 중심으로 42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도 611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이틀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외국인은 현 · 선물을 합쳐 지난해 10월26일(1조2944억원) 이후 최대인 1조 3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유럽발 소버린 리스크(국가 부도 위기)로 인해 주춤했던 일부 외국인이 주식 매입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소비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한국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선진국 증시 전망이 밝지 않고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국은 좋은 투자 대안"이라며 "주식보다 환차익을 중시하는 외국인이라면 비차익 형태로 사들여 인덱스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국인 순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안 전무는 "거래대금이 4조원대 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부 외국인의 매수가 나타나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인 만큼 저가 매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흥시장을 포함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다시 살아나야 한국 증시의 매력도 부각될 것"이라며 "유럽 미국 등 해외 증시 흐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심은 여전

외국인의 가세로 1600선을 회복했지만 향후 전망에 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인민대표회의 이후 중국의 긴축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히 '진행형'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미국의 실물지표도 불안 요인이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지수는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선행지수의 하강 위험과 유동성 위축이라는 큰 흐름을 감안하면 3월 증시는 상승 기대보다는 하락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현대증권은 '가전하향' 등 내수 부양책으로 중국의 소비지표가 호조세를 지키고 있고 국내 기업의 이익 안정성도 탄탄해 지수 하단을 받쳐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을 염두에 두고 가격 매력이 있는 종목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신영증권은 하이닉스 KT 녹십자 네오위즈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대우증권은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인터넷주,화학주 등을 제시했다.

한편에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이달에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저점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변수가 집중되는 3월 중순 이후가 상반기 증시의 바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짧아진 경기순환주기를 고려하면 하반기엔 19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3월에 주목할 주식으로 자동차 부품주와 은행주를 추천했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